중국이 그제(26일)도 우리 동해 쪽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사전통보 없이 무단진입했다. 방공식별구역이 영공은 아니지만 진입할 때는 당사국에 미리 알리는 게 국제관례다. 중국 정찰기는 제주 서북방에서 우리 식별구역으로 들어온 뒤 진입과 이탈을 반복하면서 2시간 넘게 동해 상공 등을 날아다녔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동종 군용기가 비슷한 궤적으로 강릉 동쪽까지 접근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이다. 중국이 서해에 이어 동해의 하늘까지도 마치 제집 마당인 양 넘나드는 셈이다.

문제는 중국의 도발적 행위의 강도가 날로 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KADIZ를 사전 통보 없이 59번 드나든 중국은 지난해에는 70번 넘게 진입했고, 올해 들어서는 9월까지 110여 차례나 침범했다고 한다. 이제는 지난 2월 28일을 시작으로 동해 쪽 KADIZ 무단진입도 일삼는다. 서해에 이어 동해의 하늘까지 중국의 영향권 아래 두겠다는 속내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이틀 만인 작년 12월 18일에는 중국의 폭격기, 전투기, 정찰기가 한꺼번에 이어도 부근 KADIZ에 무단진입하기도 했다. 26일 침범에서는 중국 측이 우리측 교신 시도에 처음으로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을 사실상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정부는 관례대로 26일 침범에도 주한중국대사관 실무 관계자를 불러 KADIZ 무단진입에 항의하고 재발 방지 대책만 촉구했을 뿐이다. 시진핑 체제 등장 이후 육·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펼치며 중화민족 부흥이라는 '중국몽(夢)' 실현을 꾀하는 초강대국 중국을 상대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처는 매우 제한적이다. 국제사회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함 3척을 나포했지만, 우크라 정부는 지금껏 러시아를 상대로 사실상 아무런 대응을 못하고 있다.

중국이 아무리 초강대국이라 하더라도 우리 하늘을 수시로 침범하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는 국력을 키워야겠지만, 지금이라도 따질 것은 당당히 따져야 한다. 중국에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대적 약소국이라 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가 중국 정부에 당당히 대응한다는 데서 그들 나라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일대일로 사업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고 방중에 나선 지난 8월 18일 베이징에 밤늦게 도착했지만, 왕이 외교부장이 공항에서 직접 영접할 정도로 중국 정부는 최고의 의전으로 그를 대했다.

중국의 힘이 팽창할 때 이웃인 우리나라는 항상 침탈을 당했다는 역사를 잊어선 안 된다.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지만 우리 단독으로 중국에 맞서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굳건한 한미동맹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경색 국면인 한일관계도 개선했으면 한다. 중국은 한미일 3국이 군사협력을 강화하거나 군사동맹으로 나아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남북이 평화공존 체제를 구축한다면 중국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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