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고에 숨겨놓은 리스차[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정우현 기자] 4억원이 넘는 고급 수입차를 대포차로 만들어 시중에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장물취득·횡령·자동차관리법위반 등의 혐의로 중고차 매매업체 대표 오 모(42) 씨 등 4명, 자동차등록증·번호판 위조책 권 모(35) 씨 등 2명, 대포차를 담보로 받은 사채업자 박 모(38) 씨 등 4명, 대포차 유통을 알선한 수입차 딜러 윤 모(32) 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대포차 유통조직 외에도 이들에게 리스 명의를 빌려준 조모(36)씨, 자가용 자동차를 불법으로 제공한 유상운송업자 이모(26)씨 등 92명을 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 개인렌트차량·리스차량 대포차 유통조직 검거[서울지방경찰청 제공=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11월∼2018년 5월 급전이 필요한 개인렌트 차량이나 리스 차량 대여자들에게 수입차를 넘겨받아 차량등록증과 번호판을 위조한 뒤 사채업자에게 넘기는 식으로 서류상 차량 소유주와 실제 이용자가 다른 '대포차'를 만들어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대포차로 둔갑시킨 수입차는 람보르기니, 페라리, 맥라렌, 벤틀리, 롤스로이스, 벤츠, BMW 등 110대로 판매가격으로 따지면 130억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67대는 이미 누군가의 손에 넘어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 핸들에 이중잠금잠치를 설치한 리스차[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이들은 지난해 4월 2억원 상당의 재규어를 빌려 타지만 리스료 체납액이 많은 여 모(33) 씨에게 접근해 보름간 차를 대여해주면 350만원을 준다며 차를 받은 뒤 대포차로 운용했다. 이들은 이후 이 차를 사채업자에게 현금 3천만원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돈이 필요한 김 모(45) 씨에게 렌트카 사업에 필요한 수입차를 리스로 출고해주면 리스료를 대납해주고 사례금으로 매월 100만원을 주겠다고 속여 8천500만원 상당의 벤츠를 리스 받아 대포차로 유통했다.

사채업자들은 리스 차량에 설치된 위치추적기(GPS)를 제거한 뒤 경기 남양주 창고와 전남 함평 축산농장 등에 숨겨놓고, 리스 차량을 되찾아가지 못하도록 핸들에 이중잠금장치를 설치해놓기도 했다. 리스차를 돌려달라고 찾아오는 이들에게는 담보금액의 2배를 요구하거나,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 (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130억 원 규모 기업형 외제 대포차 조직을 검거한 광역수사대 수사2계가 압수품을 공개하고 있다.

경찰은 과거에는 대포차가 범죄에만 이용됐으나, 최근에는 고급 수입차를 실제 가격의 30∼40% 수준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이유로 대포차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포차는 누가 운전하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뺑소니, 통행료 미납과 세금체납 등을 유발하고 각종 범죄 도구로 이용된다"며 "다른 사람에게 차량 명의를 빌려주거나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운송행위에 제공하는 것은 대포차 유통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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