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소병을 앓는 딸을 이용해 기부금 사기를 친 혐의를 받는 마르가리타 가리우(가운데) [EPA=연합뉴스]

[윤호 기자] 스페인의 한 부부가 희소병을 앓는 딸의 치료비로 쓰겠다며 5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받아 사치하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나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8일 영국 BBC 방송은 스페인 법원이 유전자 질환인 '털유황이상종'이라는 병에 걸린 14살 딸을 둔 아버지 페르난도 블랑코와 엄마 마르가리타 가라우에게 각 징역 5년과 3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부부는 치료비로 받은 기부금 42만 유로(약 5억4천만원)에서 2만 유로(2천500만원)만 의료 비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돈으로는 사치품과 차 등을 사는 데 써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부부는 방송에 나와 딸이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중하다며 기부금을 모았으나 법원은 기부를 받으려고 고의로 딸의 병세를 과장했다고 봤다.

법원은 딸이 털유황이상종을 앓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빠인 블랑코가 방송 등에서 간절히 말한 것과 달리 상태가 위독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수사당국 조사결과 블랑코는 딸이 프랑스 파리와 미국 휴스턴에서 고액의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병원이 휴스턴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들 부부는 여권조차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털유황이상종은 탈모나 지적 발달에 문제를 겪는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이며 감염에 취약해 조기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질환으로, 완치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독한 딸'에 대한 사연은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퍼졌으나, 2010∼2016년 이들 부부가 여러 방송 매체에 출현해 기부를 호소하면서 사기 범위가 더 넓어졌다.

결국 2016년 스페인 현지의 한 언론이 의혹을 제기해 사기 행각이 탄로 났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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