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박근혜 정부시절 퇴직 간부의 불법 재취업을 조직적으로 계획한 내용이 담긴 내부 문건이 19일 공개됐다.

채용 비리 등으로 전·현직 직원 12명이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이 사건과 관련한 공정위 내부 문건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이날 공개한 2014년 3월 공정위 운영지원과에서 작성된 '과장급 이상 퇴직자 재취업 기준안' 무건에 따르면 당시 정년퇴직 2년 이상을 남긴 직원들을 대상으로 '기업들의 공정거래법 자율준수 및 법 위반 예방 활동'이라는 명분으로 취업을 추천했다.

외부에서 추천요청이 있어도 본인이 고사하는 경우에는 추천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지침도 담겼다.

공정위는 재취업을 하더라도 퇴직자들이 해당 취업기관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을 공무원 정년까지만 하도록 못을 박기도 했다.

이미 공정위를 떠난 재취업자들의 연장계약 기간도 공정위가 규정한 것으로,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조직적으로 관리한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자료사진)

문건 4항에서는 "현재 취업기관에서 공무원 정년을 초과해 계속 연장근무를 하는 퇴직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같은 해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대국민 담화가 있자, 안전감독 등 관련 기관에는 재취업을 제한하자는 내용의 대응 방안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담화 이틀 뒤인 2014년 5월 21일 공정위 운영지원과는 '세월호 담화 관련 기관운영(인사조직 등) 영향 검토'라는 문건을 작성, 내부 보고했다.

문건을 보면 공정위는 '퇴직공무원 재취업 관련' 사항에서 한국소비자원과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등을 언급, "소비자피해 예방이 주된 업무인 소비자원과는 직접 관련성이 적은 점 등을 (재취업) 대상기관 선정 시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또한 각종 협회나 조합은 취업제한 대상기관 포함 여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되니 재취업 기관 선정 시 제외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아울러 "재취업 제한 강화에 따른 인사적체가 우려된다"며 "퇴직자 관리방안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김병욱 의원은 "박근혜정부 시절 공정위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공정한 시장질서를 지키기보다 막강한 권한을 내세워 민간기업들을 재취업기관으로 관리하면서 서로 유착돼 있었다"며 "퇴직 간부들을 받아주는 조건으로 기업에 제공된 부당한 뒷거래가 있었는지도 철저히 조사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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