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 청사[연합뉴스 자료사진]

[홍범호 기자] 최근 고교에서 성적조작과 시험문제 유출 의혹이 잇따르는 가운데, 교육부가 교사가 부모면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원칙적으로 배치하지 않는 '상피제'(相避制)를 도입한다. 

교육부는 17일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방안과 고등학교교육 혁신 방향을 발표하며 고등학교 교원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배치되지 않도록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농산어촌 등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부모가 자녀와 관련한 평가 업무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관리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사립학교의 경우 같은 학교법인 내 다른 학교로 보내거나 공립학교 교사와 1 대 1로 자리를 바꾸는 방안, 인건비를 지원해 기간제교사로 대체하는 방안 등을 시·도 교육청이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각 교육청은 연말까지 상피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인사규정을 고친 뒤 내년 3월 1일자 인사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남부호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최근 시·도 교육청과 회의에서 (상피제 도입에) 합의했다"면서 "오는 2학기부터 교사나 자녀인 학생이 원하면 비정기전보·전학으로 학교를 바꿔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의 유명 사립고에서 보직부장 교사가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를 미리 알려줘 성적이 급상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경기 2개 고교에서 교사가 자녀의 학교생활기록부를 조작해 적발되기도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일하는 교원은 1천5명, 이들의 자녀인 학생수는 1천50명이다. 학교 수로 따지면 전체 2천360개 고교 가운데 23.7%인 560개교에 교사인 부모와 자녀가 같이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경기·세종·대구·울산 등 4개 시·도는 부모가 교사로 일하는 학교에 자녀가 배정되면 부모를 다른 학교로 전근시키는 제도를 운용한다.

경기도교육청은 내년 3월 인사 때부터 자녀가 재학하는 학교에서 일하는 교원은 반드시 다른 학교로 전보신청을 하도록 최근 관련 규정을 고쳤다.

나머지 13개 시·도는 부모와 자녀가 한 학교에 다니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고교 학생 배정 시 학생이 부모가 교사로 있다는 이유로 특정 학교를 기피 학교로 신청하거나 자녀가 재학 중이라는 이유로 교사가 전근을 신청하면 이를 반영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하지는 않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시·도 교육청과 회의에서 (상피제 도입에) 합의했다"면서 "교육부가 교육청에 (상피제를) 권고하면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인사규정을 고쳐 내년 3월 1일자 인사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피제는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교사 자녀라는 이유로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피제 도입을 두고 교직 사회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고등학교 내 평가관리실을 별도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모든 평가관리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나가기로 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2천363개 고교 중 시험지 보관시설에 CCTV가 설치된 곳은 1천100개로 46.9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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