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호 기자] 극한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정부가 폭염도 '자연재난'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행정안전부 고위 관계자는 22일 "내부적으로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라며 "국회에서 관련 법 심의 때 폭염을 재난에 포함하는 데 찬성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재난안전법상에는 태풍과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낙뢰, 가뭄, 지진, 황사, 조류 대발생, 조수(潮水), 화산활동, 소행성·유성체 등 자연우주물체의 추락·충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를 '자연재난'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여름철마다 폭염 피해가 계속되면서 폭염을 법상 자연재난에 포함해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국회의원들도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여러 차례 발의했고 지금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여러 건 계류 중이다.

▲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계속되고 있는 19일 오후 서울 광장 나무 그늘아래에서 온도계가 햇볕과 바닥에서 반사되는 열 등으로 인해 34.2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개정안에 대해 행안위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8월 상임위 소위에서 연구결과를 토대로 적절한 입법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수석전문위원은 또 현행법의 '그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 규정을 활용해 대처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냈다.

그러나 당시 류희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폭염, 혹한 문제는 재난에 준해서 관리 중이며 필요한 조치는 나름대로 하고 있다"며 "현재로써는 (폭염을 재난에 포함하는 방안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류 본부장은 "폭염이나 혹한은 계절적 변화에 따라 서서히 변화한다는 특성이 있어 국민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고 개인의 건강이라든가 주변 환경 등에 따라 피해 정도가 매우 다르게 나타나 피해 원인 규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상임위원들은 "전체 재난관리를 총괄하는 정부 입장을 존중해 줘야 한다"며 법안 심의를 보류해 이후 더는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재난에 폭염을 포함하는 문제를 두고 정부가 1년 만에 적극 찬성으로 돌아선 데는 폭염 피해가 전국적 현상이 된 데다 피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태도로 폭염에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과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 '현장조치 매뉴얼' 등에 따라 좀 더 체계적으로 대응이 이뤄지게 된다. 각 부처 역할도 구체화하고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나 가축 폐사 등에 대한 피해 보상도 가능해진다.

행안부 관계자는 "법이 개정돼 폭염이 재난에 포함되면 좀 더 장기적인 대책 마련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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