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김태일 기자] 세계 희귀질환의 날을 맞아 한국 희귀질환 환우와 가족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보였다.

28일 오후 2시 서울시 어린이병원 삼성발달센터 5층 대강당에서 한국희귀질환재단(이사장 김현주)이 개최한 2018년 세계 희귀질환의 날 기념 '제3회 한국희귀질환 포럼' [희귀질환 아동의 학교 생활적응과 부모 및 관계자들을 위한 유전상담 강좌]에서 혈우병, 근육병 등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우와 가족들이 마이크를 잡고 환아들의 학교생활에서 어려운 점과 개선을 위한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 세계희귀질환의날인 2월 마지막날, 서울시 어린이병원에서 '희귀질환 아동의 학교 생활적응'을 위한 포럼이 열렸다.

피부각질이 물고기비늘처럼 벗겨져 떨어지는 '층판상어린선'을 앓고 있는 환아의 어머니 유은숙씨는 "아이와 아이의 질환에 대해 알리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되기도 하지만 포럼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희귀질환 환아들의 학교생활에 관심을 가졌으면 해서 이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어떤 형들은 '쟤는 아이언맨 가면을 쓰고 학교에 왔네'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점차 가까이서 보고 질환에 대해 알게 되면서 도와주려는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고 전하면서 "희귀질환 환아가 입학하기 전에 전문기관에서 학교측에 질환정보와 고려해야 할 사항 등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하며, 희귀질환을 아이의 전부가 아닌 일부로 봐주는 배려있는 무관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육장애 환우의 어머니인 엄춘화씨는 "근육병 환아는 얼굴근육과 상지근육부터 마비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친구들에게 '무표정하다, 리액션이 없다'고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 표현이 어려울 뿐 우리 아이들도 똑같이 기뻐하고 슬퍼하며 마음속으로 크게 박수치며 환호하는 것이다"라고 말해 많은 참석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는 "환아들의 건강한 학교생활을 위해서 학교건물 건축상의 장애물 제거와 교실의 배치, 교실 내 공간에 대한 전문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며 "장애인울 위한 환경개선은 결과적으로 모든 이들을 편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혈우병 환우이자 의사인 강안의원 이강안 원장은 "어린시절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장기간의 출혈로 며칠씩 잠도 자지 못하고 맨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통증을 잊을 수 밖에 없었지만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병으로 형 셋을 잃었고 출석일수가 절반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학교생활도 힘들었지만 치료제가 개발되고 공부도 놓지 않아서 결국 의사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고 밝히면서 "현재는 일률적인 치료제 처방기준이 오히려 환자의 건강을 가로막고 있어 의사의 임상적 판단에 따른 심사평가기준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이 원장은 "혈우병 치료가 눈부시게 발전하는 것처럼 4차산업혁명의 최대 수혜자는 우리 희귀질환자들이 될 것이다"라는 말로 아직 치료제 조차 개발되지 않아 힘겹게 싸우고 있는 다른 가족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1부에서는 이밖에도 학교현장에서 희귀질환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며 이들을 돕고 있는 블루크로스 의료봉사단 청소년부 학생들이 나와 '특수교사와 장애 학부모의 인터뷰, 그리고 나의 경험'(진선여고 최효선 학생), '장애 학생들의 통합교육 적응사례'(영동고 염상원 학생), '미국 교사 인터뷰를 통한 장애학생 교육 연구조사'(중앙대부고 정서우 학생)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또한 원주 영서고 특수교육부장 이지연 교사와 군포 중앙고 특수교사인 조은희 교사가 교육현장의 역할과 개선되어야 할 지점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 한국희귀질환재단 김현주 이사장

2부에서는 '유전상담 서비스는 환아와 가족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라는 주제로 희귀질환재단 김현주 교수가 강연을 했다. 이어 [녹십자 지놈]의 최종문 박사가 '유전자 검사의 실제와 이해'에 대해, 길병원 소아신경과 김효정 교수가 '발달장애 환자의 진단적 접근'에 대해 강연을 펼쳤다. 

이번 포럼을 주최한 한국희귀질환재단 김현주 이사장은 "희귀질환에 대한 치료가 상당부분 개선되고 있지만 워낙 종류가 많고 질환별 사례는 많지 않아서 아직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 없이 떠도는 '의료 난민'들이 너무도 많다"며 "희귀질환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넓히고 이 아이들이 사회로 나가는 첫걸음인 학교생활을 개선하는 것은 우리 전체 사회와 부모들의 너무도 중요한 과제이다"라고 포럼의 의미를 강조했다. 

한국희귀질환재단에서는 내년도에 희귀질환 환아와 한 반 학생들, 일반 교사와 특수 교사가 포함된 학교 현장 그룹을 만들어 희귀질환 환아를 위한 올바른 교육문화를 지원하고 사례를 모아 시상까지 하는 그랜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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