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이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태극 전사들이 뛰어난 기량과 투혼으로 연일 감동의 드라마를 쓰고 있다. 파란을 일으키며 사상 첫 4강 진출을 눈앞에 둔 컬링 여자대표팀,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은메달을 딴 '빙속 여제'(女帝)' 이상화(29), 여자 쇼트트랙 1,500m에서 압도적 기량으로 금메달을 딴 최민정(20), '스켈레톤 황제'로 등극한 윤성빈(24),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쇼트트랙 남자 1,500m의 임효준(22) 선수 등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이다.

컬링 여자대표팀은 19일 무패 가도를 달리던 스웨덴(세계랭킹 5위)에 첫 패배를 안기며 5승 1패의 성적으로 스웨덴과 함께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로써 10개 팀이 맞붙은 예선을 좋은 성적으로 마치고 4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세계랭킹 8위의 한국 여자팀은 앞서 세계랭킹 1위 캐나다에 이어 2위 스위스, 4위 영국, 10위 중국을 차례로 꺾었다. 불모지와 다름없는 한국 컬링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여자대표팀의 선전은 기적에 가깝다. 특히 여자대표 선수들은 모두 방과 후 활동이나 취미로 컬링을 시작한 경북 의성 여중·고 출신들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평창 동계올림픽의 '깜짝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이상화가 펼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는 잊지 못할 레이스였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과 2014년 소치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인 이상화는 비록 라이벌인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2) 선수에게 0.39초 뒤져 은메달에 그쳤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역주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3연속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역사를 쓴 이상화는 레이스가 끝나자 눈물을 펑펑 흘렸고 관중들은 "울지마"를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그는 경기 후 "수고했다, 고마웠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었다"고 했다. 너무 힘들어 은퇴까지 고려했던 그가 고국에서 열린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흘린 땀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7일 여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최민정 선수의 레이스도 한 편의 드라마였다. 최민정은 13바퀴의 경기 중 3바퀴를 남기고 4위인 상태에서 바깥쪽으로 질주해 상대 선수들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미국의 UPI 통신은 "최민정은 압도적이었다. 마지막 2바퀴는 마치 변속한 것 같았다"고 평했다. 최민정의 압도적인 경기력도 노력에서 나왔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쇼트트랙 여제'였지만 체구가 작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근력을 키우는 '지옥훈련'을 했다. 이러한 노력이 폭발적인 속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앞서 15일과 16일 열린 남자 스켈레톤 1∼4차 주행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윤성빈 선수의 승리 뒤에도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윤성빈은 하루 여덟 끼를 먹으며 체중을 불렸고 혹독한 근력 훈련으로 65㎝라는 어마어마한 허벅지를 만들어 냈다. 이런 노력은 '용수철 스타트'의 원동력이 됐고, 한국 사상 최초의 썰매 종목 금메달리스트라는 영광으로 이어졌다. 지난 10일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우승한 임효준 선수도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다. 그는 세 차례 골절상을 입어 일곱 차례나 수술하고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그는 인터뷰에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실력을 의심 말라는 주변의 말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도전정신과 투혼으로 감동의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는 우리 대표팀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한계에 도전해 값진 결과를 일궈낸 올림픽 영웅들의 도전과 성취는 국민 모두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열심히 노력하면 세계 최고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도전 그 자체가 값진 것이고, 이것이 올림픽 정신이라는 점도 느끼게 했다. 평창올림픽의 영웅들이 설원과 빙판에서 보여준 수많은 감동 드라마는 특히 취업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었을 것 같다. 남은 기간에도 우리 선수들이 여러 종목에서 계속 감동의 드라마를 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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