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가계대출 증가와 금리인상 등의 이유로 지난해 은행채 발행 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상환하지 않고 남은 발행잔액도 사상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은행채 발행액은 122조1천680억원으로 2008년(122조4천414억원) 이후 가장 컸다. 이로써 지난해 말 은행채 발행잔액은 282조7천642억원으로 월말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은행채 발행 규모는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2조4천414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3년 80조원, 2014년 89조원, 2015년 109조원 등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으며 2016년 107조원으로 잠시 주춤했다가 지난해 122조원대로 다시 급증했다.

은행채 발행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배경으로는 가계대출과 금리인상 영향 등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 최경환 경제팀이 이른바 '초이노믹스'를 추진하면서 가계대출이 크게 늘었고 은행들은 대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앞다퉈 찍어냈다.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부동산 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잔액은 2013년 961조원 수준에서 2014년 1천25조원, 2015년 1천138조원, 2016년 1천270조원 등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다소 둔화됐지만, 주택담보대출 대신 신용대출이 늘고 '금리인상'이라는 환경 변화로 은행채 발행 규모는 다시 증가했다.

지난해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연 1.00~1.25%로 종전보다 0.25%포인트 올리자 은행들도 추가 금리인상 전에 채권을 발행해 필요 자금을 미리 확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은행채 발행액을 분기별로 보면 1분기에는 24조원 수준이었으나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이 단행된 2분기에는 31조원 수준으로 급증했고 3분기 32조원, 4분기 34조원 등으로 계속 증가세를 이었다.

또 지난해 7월부터 LCR 규제가 강화된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LCR 규제로 은행들이 유동성 리스크에 대비해 고유동성 자산을 매입할 필요가 생겨 은행채 발행 증가 유도 요인이 됐다.

다만 가계대출 증가 폭이 둔화하고 있는데다 상당수 은행이 이미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나 LCR 규제에 맞춰 어느 정도 대비를 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은행채 발행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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