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가 15일 오후(현지 시간) 캐나다 오타와에 위치한 캐나다중앙은행 본부에서 스티븐 폴로즈 캐나다중앙은행 총재와 양국간 통화스와프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캐나다중앙은행 제공=연합뉴스]

[윤수지 기자] 한국과 캐나다가 한도와 만기를 사전에 정하지 않은 통화스와프 상설협정을 전격 체결했다. 

통화스와프는 비상시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빌려올 수 있는 계약이다. 가계로 따지면 마이너스 통장과 같다.

한국은행은 16일 캐나다와 원화-캐나다 달러화 통화스와프 상설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 15일 오후(현지 시간) 캐나다 오타와에 위치한 캐나다중앙은행 본부에서 이주열(왼쪽) 한국은행 총재가 스티븐 폴로즈 캐나다중앙은행 총재와 양국간 통화스와프 협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캐나다중앙은행 제공=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캐나다 오타와 캐나다중앙은행 본부에서 스티븐 폴로즈 캐나다중앙은행 총재와 양국 간 통화스와프 협약서에 서명했다. 협정은 서명 즉시 발효됐다.

한국-캐나다 통화스와프는 만기가 설정되지 않은 상설계약이고, 사전에 한도가 정해지지 않았다. 규모와 만기는 양 기관이 협의해 정한다.

양국 중앙은행은 자국 금융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통화스와프를 통해 상대국 자금을 자국 금융기관에 공급할 수 있다.

상호 무기한, 무제한 지원 형태로 캐나다가 미국, 유로존, 일본, 영국, 스위스 등 5개 기축통화국을 제외하고 이 같은 형태의 양자 통화스와프를 맺은 것은 중국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이자 처음이다.

캐나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 최상위인 AAA(무디스는 Aaa)를 받는 선진국이고 캐나다 달러화는 미국 달러화, 유로존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 스위스 스위스프랑 등과 더불어 사실상 기축통화로 평가된다.

한국으로서는 최근 중국과 통화스와프 협정 연장에 더해 외환위기 때 든든한 안전장치를 확보한 셈이다.

캐나다가 미국, 유럽 등 주요 기축통화국과도 한도를 정하지 않은 무기한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어서 한국으로서는 이 같은 통화스와프 네트워크 효과도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은은 통화스와프 체결로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통화스와프 체결은 주요 선진국 중 하나인 캐나다가 경제·금융시장의 안정성 측면에서 한국을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캐나다가 다른 기축통화국과 체결한 것과 동일한 형태의 표준계약이라는 점에서다.

아울러 한은은 한국과 캐나다의 경제·금융 협력 관계도 더욱 견고해지리라고 기대했다.

정부와 한은은 지난 3월부터 캐나다와 통화스와프 체결을 추진했다.

한국이 기축통화와 통화스와프 계약이 필요하다고 보고 캐나다 측에 제안했다.

한은은 "이번 협상을 진행하면서 정부와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등 긴밀한 공조를 통해 협약을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캐나다와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해 "위기 발생 시 활용 가능한 강력한 외환부문 안전판(safety net)을 확보했다는데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2008년 10월 체결했던) 한국-미국 통화스와프 이래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민호 한은 부총재보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와 어떤 방식으로 통화스와프를 맺겠다고 밝히는 것은 좋지 않지만, 선진국과 통화스와프를 확대하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최근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통화스와프 체결이 원화 강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물음에는 "통화스와프의 의미가 크지만, 현재 통화스와프 자금이 현재 외환시장에 공급되진 않기 때문에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있어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심리적인 영향은 줄 수 있어서 외환시장이 개장되면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한국은 현재 중국,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를 통해 1천168억 달러(미국 달러화 기준) 수준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다.

연장 협의 중인 아랍에미리트(54억 달러)를 포함하면 양자 간 협정 대상은 5개국, 규모는 1천222억 달러로 늘어난다.

한국은 올해 들어 말레이시아, 호주, 인도네시아에 이어 10월에는 중국과 560억 달러 규모 계약을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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