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연 기자] 지난 10년간 4급이상 고위공직자가 퇴직 이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재취업에 성공했고, 이 가운데 삼성으로 재취업한 공직자가 124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이 9일 국무조정실과 각 부처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8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10년 동안 4급 이상 고위공직자가 퇴직 후 3년이 되기 전에 취업심사를 신청한 사례는 2천143건으로, 이 가운데 91%(1천947건)를 취업가능 또는 승인결정해 허용하고, 9%(96건)만 불허했다.

같은 기간에 5급 이하 공직자가 신청한 취업심사는 938건이며, 83%(730건)가 허용됐다.

채 의원은 "취업심사제도가 업무의 재량 범위가 넓은 고위공직자들에게는 관대하고 하위직 공직자들에게 엄격하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를 통과한 고위공직자 1천947명 가운데 49%(954명)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로펌으로 옮겼다.

특히 삼성그룹에 재취업한 고위공직자가 124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범현대그룹 99명, 공기업 73명, 한화그룹 45명, 김앤장·태평양 등의 로펌이 45명 순이었다.

취업심사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들의 85%가 퇴직 후 1년 이내에 취업심사를 신청한 경우다.

▲ [채이배 의원실 제공]

채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5월10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를 거친 박근혜정부 고위공직자들에 대해서도 분석한 결과, 이 기간에 고위공직자 69명이 취업심사를 받아 91%(63명)의 재취업이 허용됐다.

채 의원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한국금융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최재유 전 차관이 법무법인 세종의 ICT스타트업지원센터장으로 옮기는 등의 사례를 주요 사례로 꼽았다.

채 의원은 "매달 약 13명꼴로 박근혜정부 출신 고위공직자가 취업심사를 통과한 셈"이라며 "보수정권의 적폐청산을 외치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청와대·국정원·검찰 등 박근혜 정권의 주요 인사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자리를 옮기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 [채이배 의원실 제공]

채 의원은 또 "지난 10년간 취업심사 신청자를 소속기관으로 분류해보면 국방부 506명, 대통령실 136명, 금융감독원 118명, 검찰청 109명, 국정원 92명 순이었다"며 "주로 인허가, 구매, 사정기관의 재취업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군 출신의 경우 한화테크윈, 대우조선해양, 한국항공우주, LIG넥스원 등 주로 방위산업체로 옮겼고, 금융위원회 출신들은 금융계열사에,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은 김앤장, 태평양 등의 로펌에 다수 취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채 의원은 "군인들은 방산업체로, 금융위·금감원 직원들은 금융계열사로 취직했는데 과연 업무 연관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느냐"며 "전관의 현직 공직자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와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더 엄격한 재취업심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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