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수소폭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실험하고 이웃나라의 영공으로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미국 대통령은 이런 위협이 지속되면 “불과 분노”를 보내겠다고 약속했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이 문제의 토론으로 들끓었다. 이는 마치 할리우드 스릴러나 저속 페이퍼백 소설의 줄거리처럼 세계가 대재앙으로 치닫는 것처럼 보였으나, 국제투자가들은 한반도에서 일어난 이 위기에서 스릴을 느끼지 못했고 당황하지도 않았다. <Economist>지는 그 원인을 분석해 보았다.

 

국제시장을 보면 금값이 약간 오르고 미 재정증권 수익률이 약간 떨어지고 MSCI세계주가지수가 금년 8월초이후 떨어졌을 뿐이다. 하락폭은 큰 것이 아니었으며 전쟁 리스크의 가장 민감한 척도인 한국주식시장은 금년 초보다 오히려 약간 올랐다.

 

이런 태평함을 무엇이 설명할 수 있을까? 하나의 가능성은 이 시장들이 정치적 리스크를 잘 측정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다. 투자가들은 영국의 브랙시트 국민투표결과나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하지 못했다.

 

다른 가능성은 투자가들은, 예컨대 9월11일 (세계무역센터피격) 사건과 이라크 침공에서부터 수많은 대통령선거에 이르기까지, 지정학적 사건들이 시장에 대해서 대단히 단기적인 영향만 미치는 경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경제성장과 기업이윤이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상거래에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투자가들에게는 정치적 리스크는 그들의 예측을 위한 계산에 별로 관계가 없을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그러나 좀 옛날로 돌아가 보면 러시아나 중국에서 혁명이 일어났을 때 이들 국가들은 채무불이행에 빠졌었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남북한에서는 인명손실 이외에도 많은 손실이 일어날 것이 확실하다. 한국은 세계 LCD화면의 40%와 반도체의 17%를 생산하고 있고, 일본이 북한미사일의 공격목표가 된다면 혼란은 더 클 것이다. 재래식 무기에 의한 전쟁피해도 클 것인데 여기에 핵무기의 영향은 대단할 것이다.

 

이런 엄청난 가능성에 대해 투자가들의 반응이 제한되어 있는 것은 그들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음을 암시할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은 서로 엄포만 놓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어떤 은행은 미국의 위협은 믿어지지 않으며 중국과의 무역거래를 끊을 가능성도 대단히 낮다고 보고 있다.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다고 해도 정치가들이 우연히 또는 다른 요인으로 전쟁에 말려들 가능성은 없다고 하기 어렵다. 20세기 후반에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경제적 성공이 자기들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확실한 길이라고 믿고 있는 정치인들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고 이 때문에 투자가들은 지정학이 상품과 자본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아직도 권력이 세습되는 국가에서는 경제문제가 대단히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에 권력이 의해 행사되고 있고, 미국의 영도력이 중국에 의해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인기영합주의와 민족주의가 머리를 드는 경향이 있는 요즘에는 정치지도자들의 계산이 달라질 수 있고 따라서 전쟁의 위험은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과거의 데이터를 아무리 분석해도 유의미한 결론을 내기 어려우며 개개의 사건에 대해서 독립된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가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고 보자. 그리고 이번 사건은 “군중의 지혜”가 맞기를 기대해보자.

 

The Economist 2017. 9. 9. p.60 Gone fission: why are investors so relaxed about the behavior of Nor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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