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 기자] 갑자기 나타나는 어지럼증이 생기면 대부분 빈혈 증상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의외로 어지럼증의 절반 가까이는 귀의 이상인 '이석증'(양성발작성체위성현훈)이 원인으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매년 9월 9일로 제정한 '귀의 날'을 맞아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귀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어지럼증의 주요 원인인 이석증에 대해 알아봤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5년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은 76만3천여명 중 약 40%가 이석증 등의 말초 전정기관 이상으로 진단됐다. 여기에 어지럼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실제 이석증 환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석증은 신체의 평형을 잡아주는 귀의 기능 이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귀의 제일 안쪽인 내이에는 세반고리관이라고 하는 반고리 모양의 작은 관이 세 개 있고, 바로 밑에 '전정'이라고 하는 조그만 이석기관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먼지만큼 작은 탄산칼슘의 결정체 이석(耳石)이 들어 있다.

 

이석은 몸의 움직임에 따라 중력의 영향으로 기울어지면서 몸의 위치정보를 뇌에 보내 몸이 평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이 이석이 제 위치에 있지 않고 반고리관으로 흘러들어가 버리면 조금만 움직여도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빙빙 도는 어지럼증을 느끼게 되는데 이게 바로 이석증이다.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1분 이내의 심한 어지럼증이 반복되는 게 특징이다.

우리 몸이 노화하면서 주름살이 생기듯이 이석기관도 수분이 감소하고 칼슘성분이 빠져나가 이석의 생성과 소멸에 균형이 깨지면서 비정상적인 이석들이 탈락하는 일이 증가하며 이석증이 발생한다. 

성별로는 여성에게 많은 편이다. 이는 골다공증처럼 칼슘 대사에 영향을 주는 여성호르몬 변화가 이석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머리의 충격, 메니에르병이나 전정신경염 등의 질환, 수술 후나 골절 등에 의한 장기간의 입원 등이 꼽힌다.

이석증에 의한 어지럼증은 지속시간이 30초 정도로 짧고, 며칠 또는 열흘 이상이 지나 다시 반복되는 사례가 많다. 또 난청과 이명, 메스꺼움과 구토가 함께 나타나기도 하는데, 어지럼증이 심할수록 메스꺼움과 구토의 정도도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다만, 속귀의 이상이기 때문에 통증을 느끼는 신경과는 상관이 없어 통증은 동반하지 않는다.

따라서 잠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누울 때, 또는 고개를 크게 움직일 때 일시적으로 어지럼증을 느꼈다면 일단 귀 이상 여부를 진단하는 게 먼저다. 어지럼증이 귀 이상에 의한 것인지는 안구운동검사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머리와 몸을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안구에서 나타나는 안진(눈떨림)을 관찰하는 검사 방식이다.

이석증은 이석정복술이라는 물리치료로 2주나 한 달 정도면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이석정복술은 이석증이 생긴 반고리관의 각도에 따라 앉거나 누운 자세에서 머리의 방향을 돌려줌으로써 세반고리관을 이탈한 이석이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하는 자세운동요법이다. 치료 시간은 약 15분 정도로, 통증은 없지만 시술 중 어지럼증이 있을 수 있다. 대개 2∼3회 치료로 약 90%에서 성공적으로 치료된다.

이석증은 재발이 흔하지만, 외상 말고는 특별한 유발요인이 없기 때문에 따로 예방법은 없다. 다만, 평소에 가벼운 운동과 규칙적인 야외활동을 통해 골대사와 혈액순환을 증진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생활수칙을 실천하면 도움이 된다.

또 귀는 다른 신체 기관보다 혈류변화에 민감한 만큼 혈류변화에 영향을 주는 질환들,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있다면 관리를 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머리를 거꾸로 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자세나 혈액순환에 장애를 부를 수 있는 스트레스, 흡연은 피하라고 조언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마사지나 안마기 등을 사용할 때도 머리 쪽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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