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 기자] 방향제 등 스프레이 형태의 생활화학제품에서 분사되는 미세 나노물질이 인체 호흡기 등에 침투해 유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최근 환경부가 스프레이형 제품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하면서 화학 물질의 성분뿐만 아니라 입자 크기도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31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윤충식 교수 연구팀은 시중에 판매 중인 8종의 스프레이 제품을 대상으로 이들 제품에 들어있는 나노 물질이 공중에 분무 됐을 때 기관지부터 폐의 허파꽈리에 쌓이는 양을 추정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최근 나노 기술의 발달로 스프레이 형태의 생활화학제품에도 인위적으로 생산된 나노물질이 첨가되고 있다. 제품에 들어가는 나노물질은 지름이 1∼100나노미터(㎚)로 초미세먼지(PM2.5)보다도 작은 크기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 사용된 스프레이 제품을 클린 룸에서 공기 중에 분사한 후 허파꽈리에 침착될 수 있는 양을 추산했다. 인체 침착량 측정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시험 모델을 사용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 [서울대 보건대학원 윤충식 교수 제공=연합뉴스]

이 결과 압축형 제품을 분사할 때 발생하는 입자 중 100㎚ 이하의 작은 나노 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80∼85%에 달했다. 초미세먼지 기준으로는 나노입자의 약 99%가 이에 해당했다. 대부분의 입자가 사람의 호흡기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크기인 셈이다.

특히 이들 나노 입자는 분사된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3m 지점까지 이동해 수 시간 이상 지속해서 공기 중에 떠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반면 분무형 제품은 압축형 제품보다 크고 무거운 입자가 많아 사용자의 호흡기 노출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큰 입자는 분사됨과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사용 전 실내의 공기 수준과 차이가 없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실제 폐포에 침착되는 나노 입자 수 분석에서는 압축형이 펌프형보다 최소 4.8배에서 최대 15배까지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허파꽈리에 다다르기 전 기관지에 침착되는 입자수도 압축형이 펌프형의 1.5∼5배에 달했다.

연구팀은 압축형 스프레이 제품을 1m 이내 근접거리에서 분사하면 2m 이상의 먼 거리에서 분사했을 때보다 폐나 기관지에 1.2∼4배 정도 더 많이 침착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 [서울대 보건대학원 윤충식 교수 제공=연합뉴스]

윤충식 교수는 "스프레이 제품에 들어있는 나노 물질은 그 성분과 상관없이 초미세먼지 이상으로 폐에 잘 침착할 수 있는데도 그런 위해성이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생활화학제품을 사용할 때 같은 용도의 제품이면 가급적 압축 분사형보다 분무형 제품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부득이 사용할 때에도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호흡기와 멀리 떨어지게 분사되도록 해야 호흡기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이 연구결과는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미국 유명 출판사(ACS Publications)의 편집장 추천 논문으로 선정됐으며, 환경 분야 저명 과학저널인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7월호 표지 논문(제1저자 박지훈)으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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