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연 기자] 컴퓨터 보안전문가를 꿈꾸던 20대 배달기사가 음식점 배달대행 업체 전산 프로그램을 해킹해 가맹점주들이 맡겨둔 보증금을 빼내 가로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22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서모(20)씨를 기소의견으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씨는 7월 3∼29일 음식점 배달대행 업체 3곳의 프로그램을 해킹해 54회에 걸쳐 무단 로그인한 뒤 가맹점 15곳의 보증금 약 1천3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서씨는 1년 4개월 동안 서울 도봉구 등의 배달대행업체 배달기사로 일하며 관리 프로그램에 점주들의 회원 비밀번호 등의 정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계획했다.

학창시절 장래희망이 화이트 해커였을 정도로 해킹에 능숙했던 서씨는 실제로 온라인 게임 사설 서버를 개발한 경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씨는 배달대행업체 관리 프로그램에서 가맹점주들의 계좌와 아이디, 비밀번호 등을 해킹한 뒤 가맹점주 아이디로 로그인해 보증금을 돌려받을 계좌에 자신의 계좌를 등록했다.

보증금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받은 뒤에는 다시 가맹점주의 계좌번호로 원상 복구시켜 범행을 숨기는 치밀한 모습도 보였다.

범행 이후 서울, 전주, 광주 등의 모텔, 찜질방을 돌아다니며 경찰 추적을 피해오던 서씨는 이달 7일 수원에서 검거됐다.

서씨는 빼낸 보증금 대부분을 인터넷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배달대행업체에 가입한 가맹점주들의 프로그램 비밀번호가 단순해 해킹 표적이 되기 쉽다"며 "비밀번호를 어렵게 만들고 프로그램 보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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