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제주 올레길 18코스를 걷다가 눈여겨 봐둔 ‘삼양동 선사유적지’를 최근 다시 찾았다. 올레길 트레킹 시간에 쫓겨 다음을 기약하고 발길을 돌렸던 곳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채비해 대정읍 인성리에서 755번 시외버스를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 와, 100번 시내버스로 환승을 하고 삼양초등학교에서 내렸다.

‘삼양동 선사유적지’는 삼양파출소 사거리에서 ‘삼양 검은모래 해변’ 방면 50m에 자리해 있다. 해변가에 몰린 피서객 대다수는 인근에 유적이 있다는 사실을 못 알아챈다.

제주 삼양동 선사유적은 기원전·후 1세기를 중심으로 약 230여 집터가 자리한 대단위 마을 유적이다. 유적을 살펴보면 수혈주거지(움집)를 비롯해 마제석기, 비파형 동검, 환옥, 돌담, 배수로, 창고, 고인돌 등이 확인됐다고 한다.

선사시대 탐라인의 삶은 어땠을까. 필자는 설레는 마음으로 입구로 들어가 매표소 앞에 섰다. ‘탐라국 형성기의 마을유적’(사적 제416호)인 제주 삼양동 유적은 뜻밖에도 무료입장이었다. 입장권은 끊어준다.

필자는 선사시대 탐라인들의 삶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실내전시관과 움집터와 고상가옥터가 있는 야외전시관을 매의 눈으로 꼼꼼히 살펴봤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역사 지식보다 훨씬 발전된 생활상을 가졌던 당시 탐라인의 삶에 필자는 적지 않게 놀랐다.

필자는 삼양동 유적지를 축소한 마을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원형움집과 고상가옥, 부족장움집, 고인돌 등은 마치 선사시대로 시간여행을 온 기분마저 들게 했다. 시간여행자가 된 필자는 당시 탐라인의 숨결을 느낄 수가 있었다.

부족장 움집 앞에 다다를 때 쯤, 필자는 마치 부족장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그만큼 몰입감 최고다.

선사유적지를 둘러보는 데는 한두 시간이면 족하다. 이 정도 시간이면 기존 우리가 알고 있던 선사인들에 대한 얕은 지식이나 편견, 선입견을 깨기에 충분하다.

선사토기 만들기, 선사토기 발굴 및 퍼즐 맞추기, 선사문양 목판뜨기 등 선사문화 체험도 할 수 있다. 자녀들과 함께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겠다.

제주도에 온 김에 짬을 내 ‘삼양동 선사유적’을 둘러본다면 여행 뒤에 오는 허전함이나 허무함을 매울 수 있겠다.

필자는 선사 탐라유적에 대한 지식을 얻은데 대해 마냥 뿌듯함을 가지면서 인근 ‘삼양 검은모래 해변’으로 발길을 옮겼다. 탁 트인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시원한 청량감을 느끼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고, 버스시간에 맞춰 자리를 떴다.

여름휴가도 막바지다. 제주도 여행에다 덤으로, 선사시대 탐라인의 발자취를 따라 역사여행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선사시대와 지금을 이어주는 통로를 지나가면서 나를 재발견하자.

이승우 여행칼럼니스트(전 대경대 교수)
이디저디(‘여기저기’의 제주어) 여행인문학 강의·여행칼럼
010-9331-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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