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가 올여름 극장가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군함도'는 개봉 4일째인 29일 총 관객 3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역대 흥행 1위인 '명량'의 300만 돌파와 같은 흥행 속도다.

'군함도'는 약 260억원의 제작비, 스타감독과 배우의 만남 등으로 일찌감치 천만영화 타이틀을 '예약'한 영화다. 그러나 흥행과 별개로 최근 뜻하지 않게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극장가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군함도'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역사 왜곡, 스크린 독과점, 작품성에 대한 실망감 등으로 수렴된다. 이런 논란은 대체로 관객의 기대와 영화 간 괴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군함도'는 개봉 전부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파야 할 비극적 역사" 등으로 군함도의 진실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춰 애국심 마케팅을 펼쳐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조선인 강제징용의 비극적 실화보다는 탈출극에 초점을 맞춘 액션 블록버스터에 가깝다는 평이 나왔다. 이 때문에 소재에 대한 관객의 기대와 마케팅, 영화 내용이 엇박자를 내면서 논란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굳이 군함도를 끌어들이지 않아도 되지 않았나'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지점이다.

물론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는 사실에 기반한 창작물"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리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피맺힌 한을 대탈출이라는 컨셉트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역사 왜곡 논란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 논란은 여러 갈래다. 군함도에서 핍박받는 조선인의 실상을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는 고증 논란부터,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조선인을 일본인보다 더 악랄하게 그려 '친일'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장기를 찢고, 촛불을 드는 모습 등을 거론하며 '국뽕' 영화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 작품을 두고 관객의 성향과 역사인식에 따라 양극단의 평이 오가는 것이다.

류 감독은 이런 논란에 대해 "영화를 준비하는 내내 수년 동안 소품 하나하나까지 철저히 고증을 받았다"면서 "집단탈출조차도 군사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 사실에 가깝게 재현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 제국주의에 편승한 친일파의 존재는 사실이며, 역사적 청산이 이뤄질 때까지 지적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밝혔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도 피하지 못했다. '군함도'는 개봉일인 지난 26일 하루 만에 97만516명을 동원하며 역대 최다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금껏 가장 많은 총 2천27개 스크린에서 1만174회 상영된 결과다. 주말에도 1천900여 개의 스크린을 유지하며 주요 상영 시간을 장악하고 있다.

사실 스크린 독과점은 '군함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바로 직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스파이더맨:홈커밍'도 최다 1천965개 스크린에서 상영됐고, 상영점유율은 63%에 달했다.

그런데도 '군함도'가 유독 비판을 받는 것은 배급과 상영을 겸영해온 CJ E&M의 그간 행태에 대한 반감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영화의 메시지와 연결해 비판하기도 한다. 관객들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없도록 스크린을 독점하는 행태가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려는 '군함도'의 주제 의식과 상충한다는 시각이다.

 

작품성에 대해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군함도의 거대한 세트, 압도적인 스펙터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단선적인 스토리와 평면적인 캐릭터, 억지 감동을 유발하려는 장면 때문에 류 감독 특유의 개성 있는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다소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무엇보다 '군함도'는 여러 논란을 제압하고 대중들을 압도하는 힘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프로덕션의 완성도는 전 연령대 관객의 관심사는 아니어서 내러티브에 강력한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약해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상업적으로 잘 만든 영화라는 평가도 많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군함도'는 길게 가도 충분히 관객에게 흥미와 즐거움을 던져주면서 소통할 수 있는 상업영화"라면서 "지금처럼 스크린을 무리하게 많이 가져가지 않아도 충분히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계 관계자는 "흥행 여부와 별개로 앞으로 역사적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할 때 이번 논란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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