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욱 기자] 평소 치매를 앓고 잃던 90대 노인이 집중호우로 집 안에 빗물이 들어오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아내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23일 오전 6시 15분께부터 쏟아진 폭우는 3시간이 지난 오전 9시가 넘어 노부부가 사는 반지하 주택안으로 빗물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80대 아내는 평소 알고 지낸 위층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잠시 집을 비웠다.

평소 치매에 거동까지 불편했던 남편 A(96)씨는 집 안을 거침없이 삼키는 수마를 혼자 감당하며 아내가 오기만을 기다렸지만 2∼3분 사이 빗물은 계속 차올랐다.

A씨의 아내가 황급히 윗집 젊은 부부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내려왔을 때 이미 빗물은 허리 높이까지 차 있어 수압에 현관문이 열리지 않자 이웃 부부와 힘겹게 문의 유리를 깨고 집 안에 들어갔지만, 남편은 이미 의식도 호흡도 맥박도 없었다.

방에 누워있던 A씨는 집 안 1m가량 찬 차디찬 빗물 위에서 천장을 향한 채 떠 있었다. 그는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옮겨졌다. 

가까운 곳에 살던 아들까지 급히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아버지는 끝내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 90대 노인 생명 앗아간 침수 반지하 주택

인천 남동경찰서 구월지구대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A씨는 숨져 있었다"며 "A씨의 아내는 자신의 나이도 정확하게 말하지 못할 정도로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당황했다"고 했다.

이날 오전 호우경보가 발효됐다가 해제된 인천에는 남구 110.5mm, 동구 104mm, 부평 92mm, 영종도 85.5mm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A씨가 숨지기 전인 이날 오전 9시께는 시간당 48.5mm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A씨가 침수된 집 안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범죄 연관성이 없는 자연재해로 사망한 게 확실하다고 보고 변사로 처리하지 않고 '행정검시' 후 유가족에게 시신을 인계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행정검시를 하게 되면 유가족은 구청을 통해 긴급재난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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