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 때 어머니와 헤어진 한 미국 청년이 26년 만에 낯선 한국 땅에서 생모와 재회했다.

19일 서울시와 서울글로벌센터에 따르면 주인공은 미국 NGO 단체 '정의와 자비'(Justice & Mercy)에서 일하는 브라이스 스미스(26) 씨다.

그의 아버지는 주한미군 근무 중 어머니 장 모 씨를 만나 1987년 화촉을 밝혔다. 그 후 부부는 1991년 미국에서 둘째 아들인 스미스 씨를 얻었다.

▲ 26년 만에 다시 만난 브라이스 스미스 씨 모자 [서울시 제공=연합뉴스]

그러나 어머니 장 씨는 고향을 너무나 그리워한 나머지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결국, 장 씨는 스미스 씨가 태어난 지 3개월이 되던 어느 날 가족을 미국에 남겨두고 홀연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스미스 씨는 "이후 펜실베이니아 남부의 한 시골 도시에서 아버지만 있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다"며 "유일한 힘이 돼 줬던 할머니도 내가 17살이 되던 해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고, 2013년 12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로스쿨에 합격해 빈민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이후 바이러스성 질병에 걸려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고, 2014년 미국으로 돌아와 1년에 걸친 치료를 받은 뒤에야 이듬해 건강을 되찾았다.

스미스 씨는 "어머니 없이 자란 이들은 건강상의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연구 결과를 들었다"며 "내 건강 문제도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존재조차 잘 알지 못하고 살아온 것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어머니를 찾고자 결심했다"고 전했다.

막상 어머니를 찾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가 아는 정보는 어머니의 이름 석 자와 생년월일 뿐이었다. 26년 전 헤어진 장 씨를 한국에서 찾는 일은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에 다를 바 없었다.

스미스 씨는 어머니의 이름으로 페이스북 계정 수백 개를 샅샅이 뒤져도 보고, 전 미국 대사·전 한국 공군 군인·미국 상원 의원·유엔 직원 등의 도움을 받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국내 기관에도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지만, 전쟁고아·실종 아동·입양과 같은 '특수 상황'이 아닌 단순 이혼으로 어머니와 헤어진 경우여서 모친의 개인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만 했다.

▲ 브라이스 스미스 씨가 갖고 있던 어머니 사진 [서울시 제공=연합뉴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울글로벌센터에 이메일로 연락했고, 센터와 20차례 넘게 이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어머니의 혼인관계수리증명서를 재발급받는 방법으로 어머니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냈다.

혼인관계수리증명서는 결혼의 한 당사자인 아버지의 동의만 있으면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머니의 신원이 특정되자 미국 한인 교회 목사의 도움을 얻어 어머니가 주로 머물던 대구 지역의 교회를 수소문했다. 그러다 지난달 마침내 대구에 살던 어머니 장 씨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스미스 씨는 이달 9일 한국을 찾아 26년 만에 어머니 장 씨와 감격의 상봉을 이뤘다. 이들은 현재 부산과 제주도 등 국내 각지를 함께 여행하며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스미스 씨는 "미국으로 돌아가면 한국에서 장기적으로 머무는 방법에 대해 차근차근 고민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 브라이스 스미스씨 [서울시 제공=연합뉴스]

스미스 씨를 도운 서울글로벌센터 최윤선 대리는 "수 개월간의 노력 끝에 수십 년 간 떨어져 지낸 가족을 만나게 해 줘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 주민을 위해서라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08년 문을 연 서울글로벌센터는 영어, 일본어, 필리핀어, 몽골어, 태국어 등 10개 언어 상담원을 두고 서울에 사는 외국인 주민에게 다양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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