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호 기자] 이른바 '돈 봉투 만찬'에 연루돼 면직과 함께 불구속 기소된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 측이17일 첫 재판에서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했지만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지검장의 변호인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지만, 이 부분이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인지 재판에서 다투겠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청탁금지법이 예외사유로 규정하는 경우라는 점을 입증하고 주장할 것"이라며 "검찰은 공소장에 (이 전 지검장의 행동이) 예외사유가 아니라는 점을 기재해야 하는 게 아닌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이 언급한 예외사유는 ▲ 공공기관이 소속·파견 공직자들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가 하급 공직자에게 위로·격려·포상으로 제공하는 금품 ▲ 공직자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물 등 금품 ▲ 그 밖에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하는 금품 등이다.

변호인은 또 "청탁금지법 자체의 위헌 여부와도 일정한 관계가 있어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다만 이 부분은 따로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이 같은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검찰이 밝혀야 하는지 검토한 뒤 다음 기일에 답변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이 전 지검장이 출석하지 않아 변호인들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공판준비기일에는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다.

이 전 지검장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검사 6명과 함께 올해 4월 21일 안태근 전 국장을 비롯한 법무부 검찰국 검사 3명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돈 봉투를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나 수사 대상이 됐다.

이 자리에서 안 전 국장은 특수본 검사 6명에게 70만∼100만 원이 든 봉투를, 이 전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 2명에게 100만 원이 든 봉투를 각각 건넸다. 이 전 지검장은 감찰 끝에 면직 처분됐고 검사로서는 처음으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다음 공판준비 기일은 내달 1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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