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정부가 졸음운전 사고 방지대책으로 내놓은 자동비상제동장치(AEBS)·차로이탈경고장치(LDWS) 의무 장착은 전장 11m 이상 차량을 대상으로 하는데,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추돌사고를 낸 사고 차량은 5㎝ 차이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작년 8월 버스 운전자의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사업용 차량 교통안전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AEBSㆍLDWS 장착 의무화가 핵심인 이 대책은 전장 11m 초과 차량을 대상으로 한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7중 추돌사고를 낸 광역버스는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유니시티'로 주로 시내·관광버스로 사용되고 있다. 이 차종은 2012년 출시 이후 국내에서 738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유니시티 전장은 10.95m로, 이 대책이 정한 기준보다 5㎝ 짧아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봉평터널 사고 이후 만든 대책에서 사고 차량이 11m가 넘는 우등버스여서 여기에 맞춰 기준을 만들었다"며 "고속 주행은 주로 11m 이상 대형버스가 맡고 있고 9∼11m 중형버스들은 시내버스로 저속운행하는 것을 고려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형버스를 운영하는 버스회사의 경우 영세한 경우도 많아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의 입장도 현실적으로 고려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시속 100㎞로 운행하는 광역버스를 비롯해 시속 80㎞를 넘나들며 시내를 주행하는 버스는 유니시티를 비롯해 그린시티ㆍ슈퍼에어로시티, 자일대우버스 등이 있다. 이들도 모두 전장 11m 미만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추진 중인 사고방지 대책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기존 운행 차량은 7월 18일부터 LDWS를 의무 적용하도록 했고, AEBS는 계도 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신규 출시 차량에 적용하도록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11m 미만 버스에 대해서도 AEBS·LDWS 장착 의무화 필요성이 제기돼 대상 확대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토부는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AEBS·LDWS 장착 대상 확대를 비롯해 버스 운전기사의 휴게시간 보장, 근로조건 보완 등 종합 대책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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