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호 기자] 단기비자로 국내에서 불법체류하던 20대 중국인이 나이가 많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벌여 돈을 가로채다 경찰의 끈질긴 추적끝에 붙잡혔다. 

19일 광주 북부경찰서는 7차례에 걸친 보이스피싱 범죄로 1억 6천700만원을 가로챈 혐의(절도 등)로 중국인 수모(29)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수씨는 지난 9일 광주 북구의 한 주택에서 A(81·여)씨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아 냉장고에 보관한 현금 2천200만원을 가로채는 등 7차례에 걸쳐 1억 6천700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씨가 속한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은 주로 나이가 많은 노인들을 상대로 "은행 직원이 돈을 가로챈다"며 은행에 맡겨둔 예금을 빼내 집에 보관하게 유인했다.

또 형사들이 보호하기 위해 집에 간다며 집 비밀번호와 열쇠 위치 등을 알아낸 뒤 훔치는 수법으로 노인들을 현혹했다.

2011년 9월에 90일 단기 비자로 입국해 5년여 동안 불법체류자로 지내던 수씨는 입국 초기에는 경남 김해의 공단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다 최근 두 달에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직업 삼아 매진하며 돈을 긁어모았다.

수씨는 훔친 돈의 10%를 받아 2천여만원을 중국 집에 보냈다. 이 돈은 중국 일용직 노동자들의 임금이 월 40만∼6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약 4∼5년 치 연봉에 달하는 금액이다.

경찰은 광주에서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아 냉장고에 보관한 돈을 훔쳐 광주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경남 김해로, 김해에서 다시 전북 전주로 도주한 수씨를 5일 동안 740㎞를 역추적해 붙잡았다.

붙잡힌 수씨의 스마트폰에서는 거미줄처럼 전국을 누빈 지도검색 내역이 나오기도 했다.

수씨는 "보이스피싱으로 돈을 한꺼번에 모아 불법체류자임을 자수해 강제 추방당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피해자들 대부분이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을 '자신의 돈을 지켜주는 사람'으로 믿어 피해를 당했다"며 "일면식 없는 전화 속 목소리보다는 은행 직원이나 주변 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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