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형 기자] 법적인 혼인관계만 유지하던 남편이 뒤늦게 '내 몫을 달라'며 자녀들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나눠달라고 낸 소송에서 극히 일부만 받을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와 B씨(여·사망)는 1975년 결혼한 후 1982년께부터 별거했다. 자녀 3명은 모두 부인 B씨가 양육했다.

A씨는 공장을 운영하면서도 부인 B씨에게 자녀 양육비나 생활비를 주지 않았다. 심지어 가족들에게 아무 연락없이 공장을 옮겨가며 부인이 자신의 거처를 알 수 없게 했다.

A씨는 부인을 상대로 이혼 소송도 제기했지만, A씨가 이혼 사유를 제공한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이혼 청구가 기각돼 두 사람은 법적인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사이로만 남았다.

2010년 5월 심부전증을 앓으며 투병생활을 하던 B씨가 사암했지만, A씨는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평생 가족을 '나 몰라라'하며 살아온 A씨는 그로부터 5년 뒤인 2015년 자녀들을 상대로 부인이 남긴 재산 2억8천여만원 중 자신의 상속분을 분할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자녀들은 모친의 재산 중 자신들의 기여분을 인정해 달라며 맞소송을 냈다.

소송을 심리한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권양희 부장판사)는 B씨의 장녀와 장남이 모친의 재산 유지와 증가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사실을 인정해 두 사람의 기여분을 각각 40%로 인정했다.

두 사람 모두 직장 생활을 하며 모친에게 매달 생활비를 지급했고, 일정 기간 어머니와 같이 살거나 병간호를 한 만큼 그 기여도를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B씨의 상속 재산 중 장녀와 장남의 기여분 40%씩(총 2억3천40만원) 총 80%를 제외하고 나머지 20%인 5천760만원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봤다.

이 가운데 자녀와 배우자의 법정 상속분(자녀 3명은 각각 1, 남편은 1.5)에 따라 A씨에겐 3/9에 해당하는 1천920여만원을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당초 A씨가 의도한 대로 2억8천800만원 전체를 분할 대상 재산으로 봤다면 그에게 돌아갈 몫은 9천600만원이었지만 심리 과정에서 분할 대상이 쪼그라들면서 상속 재산이 크게 줄었다. 전체 재산을 놓고 보면 A씨가 챙긴 건 약 6.7%에 불과한 셈이다.

법원은 "남편이 법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배우자 사망 후 법정 상속인으로 인정된다 해도 자녀 등 다른 상속인들의 기여분이 상당 비율로 인정되는 경우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상속재산이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법원 관계자는 "고인이 유언을 남기지 않고 사망한 경우에도 재산 분할에 있어 공동 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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