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전기 도매가는 내리고, 소매가는 제자리 걸음을 보이면서 수요자 혜택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결과, 전기의 도매-소매가격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진 것이다.  

18일 한국전력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력 도매단가는 ㎾h당 80.43원, 전력 소매단가는 ㎾h당 111.23원으로 격차가 30.8원이었다. 전력 도매단가와 소매단가의 격차는 2013년 15.59원, 2014년 19.50원, 2015년 27.75원으로 최근 몇 년 새 꾸준히 커졌는데 지난해에는 이 격차가 더 확대되며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전력 도매단가는 한국전력이 발전사들에 지출한 전체 전기 구매가격을 사들인 전기 총량으로 나눈 것이다. 소매단가는 한전이 가정이나 산업체, 공공기관 등에서 받은 전기요금 수입 총액을 공급한 전기 총량으로 나눈 금액이다.

전력 도매단가와 소매단가의 격차가 커지는 것은 도매단가는 하락하는데 소매단가는 별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전력 도매단가는 2012년 ㎾h당 93.28원에서 2013년 90.74원, 2014년 91.78원, 2015년 83.82원, 2016년 80.43원으로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반면 소매단가는 2012년 99.10원에서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에는 111.23원까지 올랐다.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이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흐름을 보인 것이다. 이는 전력 도매가격이 국제유가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인 데 반해 소매가격은 정부가 결정하는 정책가격이기 때문이다.

전력 도매가격은 변동비와 고정비, 마진(이윤) 등으로 이뤄지는데 이 중 변동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발전연료, 즉 석탄·우라늄·LNG(액화천연가스)·유류 등의 단가다. 전력 도매가격은 계통한계가격(SMP)과 정산조정계수란 복잡한 과정을 거쳐 결정되는데 이 과정에 국제유가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

그런데 2014년 이후 국제유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전력 도매가격도 낮아졌다. 또 발전연료 단가가 싼 석탄화력발전소가 많이 지어진 것도 도매가격 하락에 기여했다. 반면 전력 소매가격은 이 기간 소폭 인상되는 방향으로 결정되면서 도매가격 인하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오지 않는 구조가 됐다.

한전이 2015년 11조원대(자회사 포함), 2016년 12조원대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거둔 것은 이처럼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의 격차가 커지면서 생긴 과실이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전기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을 분리하면 유가 변동에 따른 전기요금 변화의 충격이 소비자에게 덜 전달되고, 저유가 시기 확보한 이익으로 전기 효율성 개선을 위한 R&D(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전기의 생산원가가 올라도 소비자들이 전기 소비를 줄이지 않게 돼 에너지 소비의 왜곡을 낳게 된다. 박 교수는 "전기는 일반 상품과 달리 공공재의 성격이 있는 만큼 40∼60% 정도는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을 연동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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