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환우를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착한벗심리상담센터 권경희 교수 

[뉴스파인더 헤모라이프팀 유성연 기자] 우리 환우들은 선천성으로 만성질환인 혈우병을 가지고 성인이 될 때까지, 무려 20년 넘게 살아왔다. 그러면서 스스로 자신의 활동범위를 제한하면서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기 코끼리가 작은 말뚝에 묶인 줄을 끊어 내지 못하고 살다가 정성한 어미 코끼리가 돼서도 그 작은 말뚝에 묶인 줄을 끊지 못하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어미 코끼리는 목에 묶인 줄을 힘껏 당기기만 하면 금방 끊어질 가느다란 줄인데도, 어려서부터 고정관념에 묶인 끈을 어미코끼리가 돼서도 끊지 못하는 것과 같다. 

사고의 전환. 그렇다 다시한번 나의 정체성을 짚어보고 내면의 내 모습을 재확인한다면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신선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틀에 박혀있던 삶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새로운 방법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스스로 나를 찾게 하는 것’ 이것은 내 삶을 질을 높이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우리 혈우사회에서 이같은 취지로 ‘집단상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강동경희대 이미경 간호사

‘자기성장과 자신감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이 13일 오후 1시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한국혈우재단(서울 서초동) 4층 교육실에서 시작됐다. 작년에 진행된 1차때 와는 다르게 이번 2차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20~30대 젊은 청년층으로 이루어졌다.

'집단상담'이라는 심리요법은 지난해 12월 20여명의 환우들을 대상으로 1차 치료가 진행된바 있다. 우리가 영화에서나 한번 봤을법한 집단상담 프로그램. 그 현장으로 가보자. 

“두근두근, 나도 자신감을 갖을 수 있을까?”

미국템플턴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 박원숙 교수팀이 공지한 <혈우인의 삶의 질 개선 및 치료결과 도움을 위한 2차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13일(토요일) 오후 1시. 1박2일의 일정이 시작되는 첫날을 맞아 참여자들이 한국혈우재단에 모여들었다. 

'집단상담’이라는 건, 많은 참여자들이 진행자가 함께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나누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상담이다. 도움을 받기도하고 상대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는 상담요법 중에 한가지이다. 

   
▲‘나의거울’과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라는 프로그램 주제를 갖고 서로 상담하는 모습

프로그램 진행은 착한벗심리상담센터 센터장 권경희 교수가 맡았다. 이날 참여한 15명의 환우들은 부푼 기대를 갖고 생소한 체험에 도전을 시작했다.

이날 한국혈우재단 4층에서 시작한 집단상담 프로그램의 첫번째 순서는 <인디언 이름짓기>였다. 프로그램에 참석한 15명의 참가자들은 자신을 표현하고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개성있는 인디언식 이름을 짓고 목에 걸린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조금씩 대화의 창을 열어갔다. 

서로의 얼굴이 익숙해질 쯤 권경희 교수는 <나의 거울>순서로 나를 긍정적으로 비춰주는 거울, 또는 닮고 싶은 존경하는 거울과 전혀 닮고 싶지 않은 반면거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여자들이 팀을 나누어 서로 토론도하고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팀이름을 '요렇게'라고 지은 팀의 한 참가자는 “어릴때 약주를 즐겨드시는 아버지께서 할머니와 다툼을 많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인이 되면 난 닮지 말아야겠다”며 '나의 거울' 중 닮고 싶지 않은 반면 거울로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혈우재단의원 주상춘 간호사

또 다른 참가자는, “어려서부터 혈우병을 갖고 있다보니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왔었다”면서 이번 계기로 “혈우병도 포기하지 않고도 자신을 이겨낼수 있다는 희망을 준 시간이었다”며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나의 거울>프로그램에선 참여자의 가족들 이야기가 가장 많은 주제로 올라오기도 했다. 그 만큼 어려서부터 자신들의 활동범위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진게 큰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첫날 6시간동안 함께했던 참여자들은 무엇인가 변화의 움직임을 감지한 듯 서로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듯 새로운 모습들을 탐지하듯 들뜬 모습이 영력했다. 또한 권 교수의 능숙한 진행에 따라 참여자들의 분위기도 프로그램에 빠져들 정도로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번 집단상담 프로그램의 취지인 ‘자신감을 갖자’는 건, 자신의 작은 변화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변화라는 것은 갇혀있던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이다. 병아리가 계란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 최소한의 자기 노력이 뒤따라야한다. 그 노력에 대한 결과물은 실로 크다. 무한한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템플턴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 박원숙 책임교수
   
 

우리 혈우인들의 삶의 질적 변화는 이처럼 자신감을 갖는데 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1차 프로그램이 끝나고 동그랗게 둘러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 모든 참가자들 또한 다 똑 같은 마음인듯 첫째 날보다 둘째 날이 더 기다려 진다며 설레임을 감추지 못했다. 나 또한 설레임으로 벅찬 첫날 하루를 마감하며 내일을 또 기다려 본다.

   
▲집단상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들에게 제공된 간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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