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안정세로 돌아섰던 줄 알았던 계란값이 산란계(알 낳는 닭)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가격이 다시 치솟고 있다. 

최근 수요 증가와 더불어 계란 수급불안 현상이 다른 지역보다 심각한 서울·수도권 지역의 일부 소매점에서는 계란 한 판 가격이 1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한창 확산하던 때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설 연휴 이후 하향 안정세를 이어가던 계란 평균 소매가(30개들이 특란 기준)는 지난달 중순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해 19일에는 7천696원까지 뛰었다.

이는 한 달 전 가격 7천311원보다 400원 가까이 오른 가격이며, 1년 전 가격인 5천350원보다는 2천300원 이상 급등한 것이다.

소규모 슈퍼마켓 등 일선 소매점에서 파는 계란 한 판 가격은 최근 다시 1만원을 넘나드는 경우가 나오면서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상 최악의 AI로 국내 전체 산란계의 36%에 해당하는 2천518만 마리가 살처분돼 부족해진 계란 생산량을 메꾸려면 해외에서 산란계를 수입해야 하지만 주 수입국이던 미국과 스페인에서도 AI가 발생하면서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최근의 계란값 상승세는 부활절과 초중고 소풍 시즌 등으로 수요가 증가한 데다 미국과 스페인에서 AI가 발생하면서 산란계와 종계 주 수입국이던 이들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일선 농가에서는 AI에 걸리지 않고 살아남은 산란계를 최대한 활용해 계란을 생산하고 있지만 최근 시간이 지나면서 노계 비율이 증가해 산란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도 갈수록 수급이 불안해지는 요인이다.

계란 유통업체 관계자는 "산란계는 보통 80주까지는 연간 약 250~300개의 알을 낳는데, 80주가 넘으면 연간 150개 안팎으로 산란율이 뚝 떨어진다"며 "그런데 지금은 산란계가 부족하다 보니 100주까지도 알을 낳게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원래는 도살해 식용으로 처리해야 하는 노계까지 산란계로 활용하다 보니 산란율이 현저히 떨어져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서울·수도권 지역의 일부 대형 계란 집하장에 보관 중인 재고 물량이 평소의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수급이 불안해진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AI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미국과 스페인 등지의 AI 발생으로 산란계와 종계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계란 수급불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계란값이 평년 수준을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시 치솟은 계란값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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