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경기 불황속에서도 수출이 5개월 연속 전년보다 늘고 생산 관련 지표도 좋아지면서 한국경제가 '마침내 수년째 이어진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서민들의 느끼는 경기는 미지근한 느낌이다.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소비 현장에서는 여전히 언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는 것. 더구나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유독 한국만 경기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수출액은 489억 달러로 2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작년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전년 같은 달보다 증가세를 이어간 것도 2011년 12월 이후 5년 3개월 만의 기록이다.

산업생산도 지난해 11월 1.4% 증가(전월대비)한 뒤 12월(0.3%)과 올해 1월(0.6%)까지 3개월 연속 늘었다. 2월에는 0.4% 뒷걸음질 쳤지만, 3개월 누적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추세가 다시 꺾인 것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 내수 부문이다.

지표상으로는 일단 2월 소매판매(소비)가 1월보다 3.2% 늘었다지만, 소비는 계절적 영향 등을 크게 받기 때문에 전월대비 증가는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실제 소비 현장의 분위기는 아직 '회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가장 최근 실적인 3월 한 달 매출 증가율(전년 동월대비)만 봐도, 유통업체별로 1% 미만의 성장과 마이너스(-)가 뒤섞여 과연 작년 말 이후 이어진 '역(逆) 성장' 기조에서 탈출한 것인지조차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서민 소비에 민감한 A 할인마트의 경우 지난 3월 매출이 작년 같은 달보다 1% 줄었다. 올해 1월 설 연휴 영향으로 10.1% 늘었다가 2월(-20.4%)과 3월(-1%) 잇따라 내리막을 걸어 결과적으로 1분기 전체 성장률도 마이너스(-3.9%)를 기록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은 2월보다 매출 감소 폭이 줄었다는 것인데, 올해 1월과 2월 큰 폭의 매출 증감률 변동이 지난해와 설 연휴 시점이 달라서 비롯된 것인 만큼 추세를 단정하기도 어렵다.

롯데백화점의 3월 매출은 1년 전보다 0.5% 늘었다. 1~2월 누적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적었던 것과 비교하면 나쁘지 않은 실적이다.

하지만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봄 정기 세일(할인행사) 첫 1주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세일 같은 기간보다 다시 1.5% 줄었다. 'VIP(우수고객) 등 초대 행사'가 작년보다 1주일 늦춰진 영향이라는 게 롯데의 설명이지만, 소비 회복 조짐이 여전히 약하다는 데는 업체도 이의가 없다.

현대백화점의 매출도 3월에 0.9% 증가했다.

마이너스를 기록한 2월(-3.2%)보다는 분명히 낫지만, 1월 매출 증가율(1.6%)에는 못 미친다.

다만 업태 자체가 꾸준히 성장하는 전자상거래, 온라인쇼핑시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형편이 훨씬 좋다. A 온라인쇼핑사이트의 경우 1분기(1~3월) 매출이 1년전보다 약 10% 늘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회복으로 임금이 늘고, 늘어난 소득을 바탕으로 소비가 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예상하기 어렵지만 소비 회복 기미는 빨라야 여름 정도에나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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