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도로 만든 청년희망펀드에 기부금을 내기 위해 은행에서 빛을 냈던 사실이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이 턴 사재에 재벌 총수가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향후 경영에서 불이익을 입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26일 재계와 기존 검찰 조사, 최순실씨 공판 과정에서 나온 발언 등을 종합하면 최 회장과 신 회장은 2015년 11월 청년희망펀드에 각각 사재 60억원, 70억원을 출연하면서 현금 마련을 위해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 보유주식 기준으로만 보면 최 회장이 가진 주식 자산가치는 3조6천억원(국내 5위), 신 회장이 가진 주식 자산가치는 1조4천억원(국내 12위)에 달한다.

그러나 당시 최 회장은 광복절 특사로 수감 생활에서 벗어난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아 수중에 현금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속 수감으로 SK주식회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던 터라 2016년 3월 등기이사로 복귀하기까지 급여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롯데건설이 보유한 롯데제과 지분 약 30%를 매수하는 데 사재 1천억원을 털어 넣은 뒤였다. 롯데그룹의 '거미줄식' 순환출자 구조에 비판 여론이 일던 시점이었다.

두 회장 모두 수십억원대 현금 출연을 위해 은행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던 것이다.

▲ 롯데그룹 신동빈회장

지난해 11월 두 회장을 조사한 검찰은 수중에 돈이 없는 상태에서 이들이 돈을 빌려서까지 재단에 굳이 출연한 이유에 주목했다. 혹시라도 대가성을 띤 게 아닌지 의심한 것이다.

최 회장은 조사에서 "청년희망펀드에 대통령도 출연했기 때문에 저도 해야 한다고 실무진이 권했다"고 진술했다.

신 회장은 "고(故) 이인원 부회장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사업이라 우리만 안 내면 안 된다'고 해서 70억원을 냈다"며 비슷한 취지로 답변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200억원을 내는 등 재벌가 총수들이 모두 출연한 상황에서 자신만 돈을 내지 않으면 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낼 수밖에 없었다는 하소연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부회장도 펀드 조성 과정에서 기업들에 사실상 압박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대통령이 먼저 2천만원을 내고 월급도 내겠다고 했는데 그건 사실 총수에게 압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냈는데 기업들이 안 내겠냐"고 진술했다.

청년희망펀드는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목적으로 기부를 받아 조성된 공익신탁형 기부금으로, 2015년 박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청년희망재단이 운영하며 청년 일자리창출사업과 지원사업에 재원을 활용한다는 게 재단 측의 설명이다. 3월 현재 누적 기부액은 1천462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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