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 기자]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한 사드보복에 초등학생까지 반한 시위에 가담한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자 네티즌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허베이성 스지싱(世紀星) 초등학교는 최근 교직원과 학생 400여명이 참가하는 사드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인터넷에 게시된 집회 영상을 보면 한 교사가 나서 사드 배치로 야기될 암울한 결과를 학생들에게 설명한다.

"한국은 우리 이웃"이라고 운을 뗀 이 교사는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중국을 도살장으로 만들 것이다. 사드는 중국에 치명적 위협"이라고 말한다.

이 교사는 이어 학생들에게 한국 여행을 가거나 한국 TV 방송을 시청해선 안된다고 당부한다. 또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가 생산한 그 어떤 제품도 구매하지 말라며 "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 중국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롯데불매를 선서하는 모습 [웨이보 캡처]

이에 학생들이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를 외치며 부응하는 것으로 영상은 끝난다.

한반도 내 사드 배치가 지정학적 역학 구도를 뒤흔들지 모른다는 중국 정부의 논리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이해를 벗어나는 수준이나 이 학교 교장은 "애국 교육은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부모들도 지지한다"며 집회가 잘한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FT는 전했다.

이에 베이징 주재 한국 대사관이 중국 교육 당국에 항의 서한을 보냈지만 중국 측은 학교에 이런 집회를 하라고 부추긴 적이 없다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 초등학생들이 참여하는 반한 시위 영상이 공개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베이징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롯데 불매를 선서하는 영상도 웨이보에 나돌아 네티즌 사이에서 열띤 논란이 벌어졌다.

한 중국 네티즌은 "철두철미한 세뇌"라고 비판했으며 또 다른 네티즌은 "미쳤다. 증오를 퍼뜨리는 도구로 어린이를 이용해선 안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베이징외국어대 차오무 교수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불안을 야기하는 활동을 조직해선 안된다. 중한 관계가 개선되면 그때는 이 학생들에게 뭐라고 말할 것인가"라며 이런 집회가 가져올 역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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