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희귀질환재단 김현주 이사장

2월28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서울동부병원에서는 '국내 희귀질환 아동의 학교생활 적응을 위한 대책 및 교육'을 주제로 제2회 한국희귀질환 포럼이 열렸다. 2월28일 '세계 희귀질환의 날'을 기념해 한국희귀질환재단(이사장 김현주) 주최로 열린 행사였다.

이날 포럼은 희귀질환 아동과 그 가족들이 참석하여 학교생활의 경험과 고민을 나누고 장기려박사기념 블루크로스청소년봉사단 학생들이 이에 대해 청소년단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또한 '희귀질환 아동의 학교생활 적응을 위한 지원사업'을 목적사업 중 하나로 하고 있는 한국희귀질환재단의 관련사업과 유전상담서비스의 중요성을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되었다.

   
▲ 파란색 조끼를 입은 학생들이 '장기려박사기념 블루크로스청소년봉사단'

마이크 앞에 선 서준(8)군의 어머니 유은숙씨는 "아이의 입학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는데, 집 근처 큰 초등학교를 견학한 서준이가 '형·누나들이 자신을 볼 때면 숨고 싶어질 것 같다'고 말해 결국 집에서 조금 떨어진 다문화특성화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준이가 앓고 있는 층판상어린선은 피부에 수분을 잡아주는 인자가 없어 물고기의 비늘 같은 각질이 생기는 희귀 피부질환이다. 유병률 10만분의 1로 우리나라에 등록된 환자는 20여 명 뿐이다.

   
▲ "우리 서준는 잘 웃지 않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음을 잘 내놓지 않아 3살때부터 심리치료를 받아왔어요"라면서도 주변의 관심과 도움덕에 행복한 아이로 자라고 있다고 발표하는 유은숙씨

유은숙씨는 "하브루타 교육을 하는 유치원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서준이에 대해 열린 토론을 한 적이 있는데 '서준이를 본 첫 느낌'같은 주제에서 시작해 '우리가 서준이를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등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니까 긍정적인 방안들이 나왔다"고 이상적인 교육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을 희귀질환으로 다르게 보는 게 아니라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바라보는 인식만 조금씩 바뀌어도 아이의 학교생활이 지옥이 아니라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자랄 수 있는 배양토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 수포성 표피박리증을 앓고 있는 종혁(13)군은 TV 영재발굴 프로그램에 출연해 혼자 뉴스 영상을 만들고 편집해 방송까지 하는 솜씨를 선보여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밖에도 수포성 표피박리증을 앓고 있는 종혁(13)군의 가족과 근육병을 가지고 있는 열한 살 승민군의 가족이 차례로 마이크를 잡으며 학교생활의 어려움과 긍정적인 시도들에 대해서 사례발표를 이어갔다. 어려웠던 경험을 떠올리며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학교생활 문제의 원인을 타인에게서만 찾지 말고 환아 본인에게서 찾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승민군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들이 한 번 넘어지면 일어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선생님도 같은 반 친구들도 승민이를 기다려 준다"면서 "함께해주는 이들 덕분에 승민이가 긍정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었다"고 경험을 전했다.

   
▲ "병을 받아들인 지오래 됐는데도 말을 꺼내려면 눈물부터 난다"고 말하는 승민군의 어머니

이어 블루크로스청소년봉사단 학생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최종윤 학생과 임예원 학생은 지난 해 블루크로스청소년봉사단에서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희귀질환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와 실제 학교 현장에서 적용가능한 희귀질환 관련 실천활동에 대해 발표했다. 학생들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희귀질환 환자들이 진학과 교육의 기회에 차별받지 않아야 하고 안정적인 거주권이 지켜져야 하는 등 이들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연구내용을 발표했으며, 인식개선을 위해 환우들과 함께 준비했던 일일카페, 응원편지 보내기 등 최근의 활동에 대해서도 사례를 발표했다.

   
▲ 블루크로스청소년봉사단 최종윤 학생대표

한국희귀질환재단 김현주 이사장은 희귀질환의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유전자검사 및 유전상담서비스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재단은 2011년부터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유전상담 서비스 지원사업'을 통해 환우와 가족들이 무상으로 정확한 희귀질환 진단을 받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상담을 이어오고 있다. 김현주 이사장은 "수차례의 오진과 뒤늦은 진단때문에 희귀질환 아동들의 즐거워야 할 학교생활 시기가 고통으로 채워지고 건강도 악화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우리 의료사회에 만연한 '5분진료'로는 희귀질환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어 전문적인 유전상담과 이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인적 양성체계가 절실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 한국근육장애인협회 정영만 회장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 참가자들

한국희귀질환재단은 올해 '희귀질환 아동의 학교생활 적응을 위한 지원사업'을 새롭게 목적사업에 포함해 재단업무를 추진해나가고 있으며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과의 적극적으로 협력을 통해 실제 교육현장에서 청소년들의 인식개선과 실천을 이끌어가는 데로 활동을 넓혀나가고 있다. 국내 희귀질환에 대한 유전자검사와 유전상담의 토대를 닦아 온 희귀질환재단이 희귀질환 환아들의 학교생활을 어떤 방향으로 견인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블루크로스청소년봉사단(우측 임예원 학생)에서 유은숙씨(좌측)에게 전달한 학생들의 응원편지

김현주 이사장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서 잠시 빌려온 것이다"라는 말로 희귀질환을 바라보는 학생 청소년 사회의 변화를 위해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이날 포럼의 막을 내렸다.

   
▲ 포럼에 함께한 참석자들
   
▲ 2월의 마지막날은 4년마다 한번씩 '29일'이 나타나는 희귀함 때문에 '세계 희귀질환의 날'로 지정되었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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