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농가에는 큰 걱정거리인 구제역이 국내에서 10개월여 만에 다시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충북 보은군의 한 농장에서 사육되던 젖소들 중 일부가 구제역에 걸린 것으로 최종 확진됐다고 6일 밝혔다. 당국은 곧바로 해당 농장의 젖소 195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 또 이날 오후 6시부터 30시간 동안 우제류 축산 종사자와 차량 등의 농장 및 도축장 출입을 금지했다. 구제역은 소, 돼지, 염소, 양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지는 우제류가 걸리는 1종 가축전염병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보다 경제적으로는 더 큰 피해를 내곤 한다. 역대 최대의 구제역 피해는 2010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발생했다. 당시 우제류 348만 마리가 살처분되고 보상금은 2조7천억 원에 달했다.

이번 구제역은 다른 농가에 이미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실제로 충북 보은에서 100㎞ 이상 떨어진 전북 정읍의 한우 농가에서 이날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특히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의 구제역 항체 형성률은 고작 19%에 불과하다고 한다. 백신 접종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졌을 수 있는 것이다. 젖소 농가는 착유량이 줄 것을 걱정해 백신 접종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 현재 전국에서 사육중인 전체 소의 항체 형성률이 평균 97.5%에 달해 이번 구제역의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표본 조사 결과여서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확진 판정을 받은 보은의 젖소 농장도 작년 10월에 백신 접종을 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상 최악으로 평가되는 이번 AI도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동안 뜸하던 AI 의심 신고가 6일 오후 전북 김제의 산란계 농장에서 13일 만에 접수됐다. 지난달 30일에는 서울 시내 한강 성동지대 앞 도선장에서 AI에 걸려 죽은 여러 마리의 뿔논병아리 폐사체가 발견됐다. 작년 11월 16일 전남에서 첫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이번 AI는 두 달 넘게 지속하면서 닭과 오리 등 3천281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살처분으로, 보상금만 이미 2천억원을 넘어섰다.

이번 AI의 경우 부실한 초동 대응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AI 관련 범정부 관계장관회의는 첫 신고 후 27일 뒤에 열렸다. 정부는 그 나흘 뒤인 작년 12월 16일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렸다. 국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지만 가축전염병 방역 같은 기본적인 정부 기능은 원활히 수행돼야 한다. 구제역 같은 가축전염병이 퍼지면 축산 농가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방역 전문인력도 확충해야 한다. 농식품부가 지난달 국회에 낸 현안보고 자료를 보면 전국 70개 시·군·구에는 가축 방역관이 아예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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