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한미 동맹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양국 최고위 당국자 간 '전화 회담'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안보동맹과 전략적 협력 관계의 건재를 재확인하고, 대북 도발 억지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 릴레이 통화가 사흘 연속 계속된 것이다. 지난달 30일 황교안 대통령 직무대행 국무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통화를 시작으로 이튿날에는 한민구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사흘째인 1일에는 이순진 합참의장과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이 통화를 했다. 게다가 매티스 국방장관은 2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미 국방장관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에 한국을 포함시킨 것은 1997년 윌리엄 코언 이후 20년 만이라고 한다. 매티스 장관은 첫날 황교안 권한대행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예방하고 다음날 한미 국방장관회담에 참석한 뒤 일본으로 향한다.

그 중에서도 양국 합참의장 간 통화 내용을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더 강하게 실행하는 방안이 중점 논의됐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유사시 초기에 격퇴할 수 있는 미국의 전략무기 전개에 관해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가 주된 관심사이다. 이번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도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 문제가 협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던포드 의장은 "매티스 국방장관의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것은 친구와 동맹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한미동맹 강화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번 국방장관 회담 결과에 기대를 갖게 하는 말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미국이 본토에 있던 F-16 팰콘 전투기 12대를 주한 미 공군에 순환배치키로 한 것도 관심을 모은다. '순환 배치'라는 것은 전력의 현상 유지를 의미한다. 하지만 미국이 매티스 장관의 방한 일정에 맞춰 발표한 것에는 특별한 함의가 있는 듯하다.

양국 국방장관은 회담을 마치고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표한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안보 정책의 높은 우선순위를 북한의 핵 위협에 두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첫 해외 방문국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도 그런 의미로 짐작된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가 '마감 단계'에 있다고 하자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북한의 기술 수준이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시험 발사를 막을 대책이 있다는 것인지 분석이 엇갈렸다. 하지만 북한이 실제로 ICBM 시험발사를 강행하려 할 경우 미국이 이번엔 그냥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설마' 하던 공약까지 눈 하나 깜짝 않고 밀어붙이는 트럼프 대통령이기에 그런 분석이 더 힘을 얻는 것 같다.

미국 AP통신은 31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곧 윤곽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ICBM 발사 위협, 추가 핵실험 가능성, 플루토늄 원자로 재가동,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 통신은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ICBM 카드로 북한이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올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급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3월이면 한국은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든 안 나오든, 조기 대선 분위기가 한껏 고조돼 있을 때다. 반대로 북한 입장에선 도발의 적기일 수도 있다. 한미 양국이 어느 때보다 대북 도발 억지력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어중간해서는 곤란하다. 북한의 도발 의지를 아예 꺾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하고 단호해야 할 것이다.(연합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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