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상당수가 2명 이상 자녀를 낳고 싶어 하지만,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불이익이라는 장벽에 막혀 모성(母性)을 억누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울시 기혼여성의 추가출산 영향요인 분석을 통한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서울에 거주하며 출산한 경험이 있는 기혼여성 500명을 설문한 결과를 분석했다.

엄마와 아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엄마와 아기 [연합뉴스 자료사진]2014년 서울에서 열린 '건강한 모유수유아 선발대회'에서 아기 올림픽 뒤집기 종목에 출전한 한 아이가 엄마와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음]

조사결과 이들의 평균 희망 자녀는 2.1명이지만 실제 자녀는 1.4명에 그쳤다.

현재 자녀가 1명인 여성의 86%가 2명 이상의 자녀를 희망했고, 자녀가 2명 이상인 여성의 25%는 3명 이상의 자녀를 희망하는 등 '엄마'들의 추가출산 욕구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향후 5년 안에 임신·출산계획이 있는지 묻자 35%만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미루고 있다"는 여성은 29%, "계획이 전혀 없다"는 여성은 22%, "잘 모르겠다"고 답한 여성은 13%였다.

임신·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한 원인은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다.

39%가 출산비용 및 미래 보육·교육비 부담을 이유로 들었고, 일과 육아 병행의 어려움(24.5%), 임신·출산으로 인한 직장·사회에서의 불이익(13.6%)을 우려해 둘째 갖기를 주저했다.

특히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의 60%는 출산비용 등 경제적 부담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압박을 가중하는 요인은 주택 문제로 파악됐다.

기혼 가구의 61%는 부채를 안고 있고, 부채 원인은 주택마련(51%)과 전세금 마련(32%) 등 대부분 '내 집 마련' 때문이었다. 부채가 있는 가구의 94%는 부채로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신생아실에서 만남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생아실에서 만남 [연합뉴스 자료사진]서울의 한 병원 신생아실에서 가족들이 신생아를 바라보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음]

직장 내 차별도 임신·출산을 꺼리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임신·출산으로 인해 직장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한 여성이 절반을 넘어 53%에 달했다. 비정규직 여성의 경우 이 비율은 68%로 더 올라갔다.

정규직 여성의 경우 승급·고과 평가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답이 41.1%로 가장 많았고, 비정규직 여성은 퇴직권고·부당해고를 경험했다는 답이 32%로 가장 많았다.

이런 실태에도 직장 안에 정식으로 도움을 요청할 부서·내규가 있는 경우는 33%에 그쳐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별을 경험한 비정규직 여성의 94%가 이후 출산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 차별에 의한 상처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출산으로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되는 실태도 확인됐다.

자녀가 1명인 여성 가운데 출산 전 정규직이던 자리를 출산 후에도 유지하는 비중은 53%로 나타났다. 나머지 12%는 비정규직으로 노동시장에 복귀했고, 31%는 노동시장에서 아예 퇴출당했다.

노동시장으로 복귀하지 못한 여성의 89%는 일을 그만두면서 소득이 감소해 가계경제에 부담된다고 털어놨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남성의 가사·육아 부담도 여전히 부족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자녀 양육에 대한 시간 투자와 책임을 대부분 여성(75%)이 지고 있었고, 남편은 3% 비중에 그쳤다. 여성 가운데 79%가 "남편의 돌봄 참여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환경 때문에 여성의 76%가 양육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의 양육 스트레스 비율이 80%로 휴직여성(65%)이나 비경제활동여성(73%)보다 높았다.

직장 내 유연근무제, 근로시간 단축 등 일·가족양립을 위한 제도가 있지만 28%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른 이유가 아닌 직장 상사나 주변 동료들의 눈치(47%) 때문이었다.

임신·출산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전한 보육시설 확충'(20%), 임신·출산 비용 지원(19%), 출산휴가·육아휴직 제도마련 및 사용보장(16%), 탄력근무 활성화(14%) 등이 상위권에 자리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재단 장진희 연구위원과 박성준 위촉연구원은 출산·육아 여성 차별기업에 대한 페널티 부여, 단계별 육아휴직급여 지원, 육아휴직 복귀 지원서비스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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