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7.1.23

[뉴스파인더 유성연 기자] 대한민국은 이념갈등이 극에 달했다. 아스팔트 위에선 태극기와 촛불이 대치를 이루고, 소위 ‘블랙리스트’라는 진영논리로 편 가르기까지 수면 위로 불거져 나왔다. 진보든 보수든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는 계속 같은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다. 아마 미래도 크게 벗어나지 못하지 않을까?

이런 시국에... 문제는 대선정국을 코 앞에 둔 현실에서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미디어조차 파국을 지향하는 세력과,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이들의 직간접적인 모습이 애처롭게 울려댄다. 그 뒤에 서슬퍼런 비수가 어느 진영에 꽂힐지 온통 과심을 집중시킨다. 이런 가운데 대외적 국가이미지는 떨어질 만큼 떨어지고, 국민들도 낡은 정치에 분통을 터뜨린다.

국민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노출되는 미디어환경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그 고정시킨 화면에선 차기 대권주자들의 자기반성 없는 반복적 신음소리를 낸다. 같은 사람 같은 얼굴들, 이미 과거 속에 흘러갔던 패배자들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 어느 새 기어나와 다시 얼굴을 드리내민다. 국민들은 청량감을 원하는데도 말이다. 더구나 그런 패배자들의 입에는 게거품을 물 듯 상대 흠집 내기에만 몰두한다.

이같은 시기에 맞춰 UN사무총장의 임기를 마친 반기문 전 총장이 국내에 귀국했다. 그가 오기 전부터 방송과 언론은 그를 주목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릴 것 없이 ‘환영’의 분위기였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미 걸어왔던 그의 정치 성향적 노선을 비판할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시쳇말로 ‘내 편인가? 네 편인가?’의 문제만 남았을 뿐이었다.

귀국한 반기문 총장. 그의 첫마디는 ‘정치교체’였다. ‘정치교체’는 새로운 워딩이 아니다. 지금까지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갈증을 풀어줬던 전형적인 청량제였다. 더구나 ‘정치교체’는 노무현정부의 슬로건이었다. 이 프레임은 과거 반 총장이 ‘노무현의 남자’였던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반기문 총장에 대한 진보진영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혼란스럽고, 오히려 적대시 하는 감정까지 드러냈다. 그가 말한 ‘진보적 보수주의’라는 주장에 혼란을 겪고 있는 거다. 이미 진보진영에선 자체 검증도 끝난 상태이기에 우격다짐으로 비난을 퍼붓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환영하기도 어렵다. 반면 보수진영은 화답을 전제로, 시선의 끝을 흐리지 않고 있다. 마른침을 삼키며 말이다. 그것은 낡은 정치세력들이 지금까지 흑백논리로만 퍼즐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런 진영논리가 문제의 발단이었고, 그래서 반 총장의 ‘정치교체’가 시의적절했다는 거다. 이념갈등으로 지칠만큼 지쳐있는 국민들에게 ‘연정’을 시사하며, 편 가르기로 소모적인 진영논리를 종식하자는 함축적인 간결한 목소리였다. 이를 두고 ‘거품적’ 해석이 난무한다. 그것은 군더더기 없는 목소리에 익숙치 못했던 진영 논리자들의 거친 한숨일 뿐이다.

그래. 이제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정치교체’ 한번 해 볼까?. 누가됐건 누군가에 의해서이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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