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주연의 <마스터>를 봤다. 사실 김우빈, 강동원도 주연으로 나왔지만 잘 기억나지 않은 건 이병헌의 연기가 흥미로웠기 때문인가? 그의 최근작 <내부자들>에서 너무 강렬한 인상을 남긴 BH여서 비슷한 범죄물인 <마스터>에서 어떻게 캐릭터를 잡을지 무척이나 궁금했던건 나만 그러지 않았을 게다.

어떤 관상학자가 TV에서 말했던 게 생각났다. 나이들어서까지 대성할 남자배우는 우리나라에 몇 안되는데 그 중 하나가 이병헌이라고. 그 말 들었을 때, '에이 바람이나 피고 찌라시에나 오르내리는 BH가 성공은 무슨... 헐리웃 몇 번 기웃거리다 말겠지!' 싶었다. 근데 이번 영화 보고 생각이 쬐끔 바뀌었달까? 사생활은 어떤지 몰라도, 연기 하나만큼은 정말 끝내주게 재밌게 한다라는 생각 들었다.

   
▲ 강배우와 이배우

내가 평론가도 아니고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아봤자 씨네21에 보면 다 비슷하게 나오는 것들일테니, 아직 영화 안본 분들은 그냥 영화 한 번 보는 게 좋겠다. 다만, BH가 자기캐릭터에 욕심을 내고 뭔가 부조리한 사회악의 대명사를 그려내고자 했다면 이 영화는 관객들의 외면을 받을 게 뻔했을 거란 생각은 들었다. 게다가 강동원은 자신의 다리길이에 훨 못미치는 짧은 혀로 아직도 제대로된 대사처리를 못하고 있었으니... 아, 요새는 왜 연극판의 훌륭한 배우들이 빨리 수면 위로 못떠오르는 것인가 아쉽기만 했다.

영화 줄거리는 다단계? 유사수신? 업체, 쉽게 말해 사기꾼들이 경찰과 함께 업치락 뒤치락 하면서 쪼개지고 배신하고 죽었다 다시 살아나고 흥하고 망하고 붙잡히고 하는 그런 이야기다. 그런 스토리를 잘 보여주는 재밌었던 대사 하나, "너는 양면테이프냐? 이쪽에도 붙고 저쪽에도 붙게?"

   
▲ 김엄마와 박장군의 의심과 배신이 튼튼한 피라미드를 허무는 단초

'사기'와 '안사기, 즉 사업'의 경계는 참 모호하다. 나도 몇 년 전인가 휴대폰 선불요금제를 지인들한테 권유하고 가입시키면 고정수입을 누릴 수 있다는 사업을 아는 사람으로부터 듣고 그 사업설명회에까지 따라가 본 적이 있었다. 잠실 체육관을 통째로 빌려 수천명의 회원(?)들이 가득 들어찼었고, 유명 아나운서가 사회를 보며 그 사업으로 수천만원을 벌고 있다는 다이아!들이 나와서 자기 성공담을 유창하게 뽑아내는 그런 현장이었다. <마스터> 도입부에 너무도 비슷한 광경이 나와 솔직히 놀랐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겪은 그걸 두고 지금도 사기다 아니다 말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거기에 인생을 걸지 않는 한,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인맥을 총동원해서 피라밋의 한 축을 이루지 않는 한 우리는 그저 누군가에게 내 요금의 일부를 떼어주는 소비자의 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 진현필이라는 극중 이름은 실제 조단위 다단계사기꾼 조희팔의 이니셜을 따서 지었다고..

 

 

 

 
 ▲객원기자단의 영화번개 모임 티켓

문득 생각해보고 싶은 건, 우리가 히맨(헤모필리아맨 줄여서)으로서 누군가에게 어딘가에게 착취당하고 있진 않은가 하는 생각. 착취까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이 혈우사회 구조 안에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고 있진 않나 하는 점검은 해볼 필요가 있겠다. 특정 치료제의 임상시험에 참여하려면 수개월 전부터 그 치료제를 쓰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게 의학적인 근거인지 소위 '인지상정'에 의한 호소인지 판단해 보아야 하겠다. 또 임상시험의 댓가로 지불된다고 하는 사례비가 의료법상 적법한 것인지, '다이아'들이 나와서 말했던 미끼 같은 것인지, 판단은 히맨들의 몫이다.

끝으로, 기억에 남는 대사 또 하나는 "꿈에는 세금이 없어". 사기꾼의 입에서 나온 말이지만 머리에 맴돈다. 꿈꾸는 데 주저하고 계산이 많아야 하는 요즘, 우리들의 앞선 걱정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수 있었길... 아니, 세금이 있는 게 더 나은가? 꿈 꿀 엄두조차 못 내는 사람들에게 기초연금처럼 꿈을 나누어 줄 수 있도록?ㅎㅎ

[글 혈우환우 모모씨 / 편집 헤모라이프 객원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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