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호 기자] 유엔 안보리가 지난달 30일 대북제재 채택 결의에 이어 우리 정부가 이틀 만에 발표한 대북 독자제재의 후속 조치는 북한의 외화조달에 관여하는 단체와 개인에 대한 금융제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의 독자적 제재대상은 지난 3월 8일 발표된 34개 단체, 43명에서 이번에 69개 단체, 79명으로 배로 늘었다"며 "북한의 주요 외화수입원인 석탄수출과 노동자 해외송출에 관여하는 북한 기관과 단체를 제재대상에 최초로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특히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김기남 당 부위원장 등 북한 정권의 핵심 인사들은 물론, 노동당과 국무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 인민무력성 등 핵심 관련기관이 제재대상에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이 당국자는 "제재대상 개인 및 단체와의 거래가 북한의 WMD(대량살상무기) 능력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국제사회에 환기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조치는 북한의 WMD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자금원 차단에도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제1 외화수입원인 석탄 수출 및 제3 외화수입원인 해외 노동자 송출을 주도하는 북한 단체와 개인을 우리 금융제재 대상에 최초로 포함해 우리 독자제재 조치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유엔 제재대상에 포함된 북한 조선광선은행의 불법 금융활동을 지원한 중국 기업 단둥훙샹(鴻祥)실업발전(이하 훙샹)과 관계자 4명을 제재대상에 추가한 것은 북한의 불법활동을 지원하는 중국의 개인과 단체에 대한 경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훙샹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사용되는 물자 거래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홍샹에 대한 이번 금융제재는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 본토 기업을 직접 제재하는 첫 사례가 된다.

정부는 지난 3월 8일 북한의 4차 핵실험(1월 6일)에 대응한 독자제재를 발표하면서 대만 국적의 류젠이 '로열 팀 코퍼레이션' 사장을 대북 민감물자 수출에 연루된 혐의로 제재 명단에 올리는 등 북한 외 제3국 국적자 2명을 제재했지만, 중국 본토 인사와 기업은 건드리지 않았다.

정부는 북한의 제2 외화수입원인 임가공 의류 수출 차단을 위해 국내 의류 수입 관련 협회와 단체를 대상으로 북한 임가공 제품을 중국산으로 속여 수입하는 경우 원산지 표시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을 계도하기로 했다.

북한의 의류 임가공 수출액은 지난해 8억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고, 수출 비중도 32.2%로 무연탄(42.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북한을 기항한 제3국 선박의 국내 입항을 금지하는 해운제재도 강화됐다. 정부는 기존 국내 입항금지 180일 조건을 두 배로 확대해 최근 1년 이내 북한을 기항한 적이 있는 외국 선박의 국내 입항을 전면 불허키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선박은 통상 6개월 이상의 운송계약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외국 선사들이 우리나라에 취항하기 위해 북한과의 운송계약을 더욱 기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도 금명간 북한의 외화조달에 관여하는 개인과 단체를 제재하는 내용의 대북 양자제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물자 거래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난 중국 기업 단둥훙샹실업발전을 제재한 데 이어 비슷한 혐의가 있는 제3국 기업 몇 군데를 제재 대상에 올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는 불법 여부와 관계없이 특정 국가와 거래한 제3국 금융기관 등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2차 제재)과는 차이가 있지만, 중국 등 북한과 거래하는 나라들에 대한 상당한 압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북한의 석탄수출과 해외 노동자 송출에 관여하는 북한 단체가 최초로 미국의 대북제재 대상이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현재 시행 중인 선박 왕래 규제 및 자산동결 대상을 확대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대북 독자제재 강화안을 이날 확정했다.

일본의 독자 대북제재는 ▲ 북한을 방문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간부 및 재일 외국인 핵·미사일 개발자의 재입국 금지 대상 확대 ▲ 북한에 들렀던 모든 선박의 일본 입항 금지 ▲ 핵·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단체·개인의 자산동결 대상 확대 등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이번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가 북한의 석탄·광물 수출을 정조준한 점을 고려해 헬기나 선박의 대북 수출, 니켈·동 등의 북한산 광물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번에 발표되거나 발표될 예정인 한국과 일본, 미국의 대북 양자제재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보완하는 측면이 강하다.

우리 정부가 발표한 대북 독자제재는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실효적 효과보다는 상징적인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정부는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에 따라 기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보다 훨씬 강력한 '5·24 조치'를 이미 취했고, 올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광명성호) 발사에 따라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로 꼽히던 개성공단 가동마저 중단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실효적 정책수단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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