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정말 많은 영화를 보았다. 보통 영화를 감상하였을 때, 기호에 맞지 않았거나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한 영화 등은 쉽게 뇌리에서 잊혀진다. 그리고 ‘쉽게 잊혀지는 영화’에 가장 높은 확률로 속할 가능성이 있는 영화는 대체적으로 혹평이 난무하는 영화들이다. 이런 영화들은 보고난 뒤 어째서 여러 사람들이 그 영화에 대해 혹평했는지, 낮은 평점을 주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위 4개의 영화는 어떤 영화들은 걸작으로서 평가받고 있으며, 어떤 영화들은 혹평과 낮은 평점이 난무하고 흥행에 실패했다.

그러나 위 4개의 영화 모두 감상한지 한참 지났으나 저 모든 영화들은 내 뇌리에서 잊혀지는 일은 없었다. 내가 ‘혈우인’이기 때문이다. 4개의 영화의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바로 ‘혈우인이 혈우병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꿈꾸게 하는 조각들이 영화 속에 내포되어 있다는 점이다. 

1. 트랜센던스 

   
▲인류가 수억 년에 걸쳐 이룬 지적능력을 초월하고 자각능력까지 가진 슈퍼컴 ‘트랜센던스’의 완성을 목전에 둔 천재 과학자 ‘윌’(조니 뎁)은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멸망이라 주장하는 반(反) 과학단체 ‘RIFT’의 공격을 당해 목숨을 잃는다. 연인 ‘에블린’(레베카 홀)은 윌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 시켜 그를 살리는데 성공하지만, 또 다른 힘을 얻은 그는 온라인에 접속해 자신의 영역을 전 세계로 넓혀가기 시작하는데..... [출처] 네이버 영화 

트랜센던스(transcendence)는 초월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영화에서 남주인공 윌은 위 줄거리처럼 자신의 정신을 컴퓨터에 업로드 함으로써 의지를 가진 슈퍼컴퓨터가 되어 전 세계의 정보를 바탕으로 신기술을 발명하고 인간을 통제 하에 두려고 한다. 비록 영화에 대한 줄거리는 허점이 있다고 지적받고 결말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분분한 영화이지만, 여기서 등장한 나노입자는 매우 인상 깊었다. 나노 입자를 이식하자 죽은 식물이 살아나고 죽어가던 사람이 살아나는 기적이 일어난다. 나노입자가 능동적으로 어떠한 작업을 해내는 것이므로 나노로봇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은 나노입자가 DNA를 읽어서 죽었거나 손상된 세포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세포를 생성해준다는 의미이다. 만약 이 기술이 실제로 발명된다면, 우리의 혈우병이 영구적으로 치료되거나 혹은 출혈이 발생 하자마자 바로 나노입자가 출혈부위를 치료하므로 우리는 더 이상 응고인자 투여 없이도 정상인과 같은 생활을 영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절손상과 여러 합병증에 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실존하는 기술이 아니지만, 이런 기술이 있다고 상상만 하더라도 혈우환우로서 매우 가슴이 두근거리는 요소였다.

2. 엘리시움 

   
▲하나의 인류, 두 개의 세상. 버려진 '지구'와 선택받은 1% 세상 '엘리시움'
최후의 시간 5일, 모든 것이 그에게 달렸다! 인류의 미래가 걸린 최후의 생존 전쟁이 시작된다! [출처] 네이버 영화 

엘리시움은 미래의 지구, 환경파괴가 계속되자 부자들은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우주에 콜로니를 건설해 이주하여 살고 있는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상의 거주민들은 낙후되고, 노후 된 의료시설들로 인해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지만, 엘리시움의 거주민들은 MRI같은 형상을 한 치료 머신 오토-닥 안에 들어가 시민권을 인증한 후 잠시만 누워있으면 말기 백혈병, 암조차 10초 이내에 낫는 최고, 최신, 최첨단 의료기술의 혜택을 받으며 살아간다. 오토-닥은 노화억제 효과도 있을뿐더러 신체재생도 가능한데, 뇌만 무사하면 지향성 수류탄에 맞아 머리가 반절 날아간 사람도 되살아난다. 오토-닥 또한 나노입자와 마찬가지로 혈우병 완치를 꿈꿀 수 있는 머신이다. 하지만 오토-닥은 엘리시움 거주자들만의 특권이며 허락받지 않은 사람이 엘리시움에 접근하려고 할 경우, 요격 당한다. 작중에는 한쪽 다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딸을 치료하기 위해 딸의 엄마가 죽음을 무릅쓰고 셔틀을 타고 엘리시움으로 가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들이 좀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투쟁해주신 부모님들이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3. 공각기동대 Ghost in the shell 

   
▲가까운 미래 - 기업의 네트워크가 별들을 뒤덮고 전자들과 빛이 우주를 누비고 다닌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은 아직 정보화의 진보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았다. “ 네트웍이 지배하는 2029년, 사이보그들이 인간들 속에 함께 공존한다. 공각기동대(功殼機動隊)라는 별명이 있는 공안 9과(公安 9課)는 수상 직속의 특수 실행 부대로, 전뇌 네트나 공안 관계의 테러 대책 등의 공적으로는 불가능한 사건의 감사나 해결을 임무로 한다.(이하생략) [출처] 네이버 영화 

공각기동대는 단순한 SF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없다. 공각기동대는 매우 개연성 있는 근 미래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헐리우드 SF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내부에 기계부품이 들어가 있으며, 여주인공인 쿠사나기와 같은 사이보그들은 기계 몸체와 인간의 뇌를 연결시키기 위해 "전뇌화"라는 처리를 받는다. 뇌를 튼튼한 케이싱 안에 넣어 밀봉하고, 그 뇌에다 맨-머신 인터페이스라는 나노컴퓨터 소자를 투입시켜 전자 신호를 받아들이고 인식할 수 있게 하여(이를 "전뇌"라 부른다), 이것을 의체라는 기계 몸체와 연결하고 의체의 감각 및 운동기관과 제대로 작동하도록 조율한다. 기계를 사용한 신체의 개조(특히 관절부위)는 세포의 복구, 복원 등이 아닌 완전한 인공물로 대체를 한다는 점에서 위에서 말한 두 개의 기술에 비해 극단적으로 보이면서도 가장 현실성 있는 기술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미 망가진 관절을 대신하여 인공관절을 사용하고 있으며, 기계화 된 관절은 출혈이 일어날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4. 가타카 

   
▲가까운 미래, 우주 항공 회사 가타카의 가장 우수한 인력으로 손꼽히고 있는 제롬 머로우(Vincent/Jerome: 에단 호크 분), 큰 키에 잘생긴 외모, 우주 과학에 대한 탁월한 지식과 냉철함, 그리고 완벽한 우성인자(유전법칙의 우/열성이 아닌 ‘우수한 유전자’을 가르킴)를 갖추고 있다. 토성 비행 일정을 일주일 남겨두고 약간은 흥분을 느끼고 있는 그의 과거는 우주 비행은 꿈도 꾸지 못할 부적격자 빈센트 프리만이었다. 부모님의 사랑으로 태어난 신의 아이 빈센트의 운명은 심장 질환에, 범죄자의 가능성을 지니고, 31살에 사망하는 것이었다. 빈센트의 운명에 좌절한 부모는 시험관 수정을 통해 완벽한 유전인자를 가진 그의 동생 안톤을 출산한다. 청소부 생활을 전전하던 빈센트는 어느 날 최고의 우주 항공 회사 가타카에서 청소부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예견된 미래에 반기를 든 그는, 우주 비행사가 되기 위해 위험한 도박을 시작한다. 유전학적으로 열성인 자에게 가짜 증명서를 파는 DNA 중계인 게르만은 우성인자를 팔려고 하는 유진 머로우와 빈세트를 연결시켜 준다. [출처] 네이버 영화

 

   
▲ 김형석 객원기자

빈센트 프리만은 태어났을 때부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앞으로의 삶이 평탄치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고 받았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펼치지 못하고 사회에서 거절당했다. 혈우 환우로서, 혈우병이라는 유전적 결함과 그것에 의한 사회의 장벽이 엄연히 존재하기에 영화의 주인공에게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는 제롬 머로우로 위장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수술과 개조를 견뎌내고,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 수 있는 갖가지 검사들을 속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과 장비를 활용하여 끝까지 자신 진정한 정체를 숨긴다. 하지만 그가 끝까지 정체를 숨길 수 있었던 진정한 이유는 바로 노력이다. 그가 행한 모든 눈속임은 노력이 밑바탕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심지어 매우 높은 확률의 심장병의 위험이 있음에도, 그는 끝없는 트레이닝을 통해 그 누구보다 우수한 성적으로 런닝머신 위를 달렸다. 끝없는 노력으로써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자세는, 나에게 굉장히 큰 용기를 줌과 동시에 지금까지의 자신을 반성하게 하는 장면들이었다. 앞서 언급했던 3개의 기술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게 해줌으로서 매우 인상 깊었다면, 빈센트의 노력은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했기 때문에 매우 인상 깊었다.

[헤모라이프 김형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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