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현 기자] 박 대통령 하야와 '최순실 게이트'의 엄정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29일 서울도심에서 열렸다.
진보진영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_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를 개최했다. 참가 인원은 2만여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1만2천여 명)이다.
집회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고서 처음 열린 주말 집회여서 향후 이어질 집회의 양상과 규모를 가늠할 중요한 계기로 관심을 끌었다. 경찰도 이날 집회 분위기를 예의주시했다.
경찰은 애초 3천∼4천명 참가를 예상했으나 이날 참가자는 경찰 추산으로도 예상 인원을 배 이상 웃돌았다. 집회 장소인 청계광장이 가득 차 주변 청계천로에까지 인파가 빼곡하게 운집했다.
정부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질 만큼 국민적 공분이 컸던 탓인지 이날은 평소 집회에 잘 참석하지 않던 시민이나 어린 학생들까지 모습을 보였다.
집회에는 대선행보를 하는 이재명 성남시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박주민 의원, 정의당 노회찬·이정미·김종대 의원, 무소속 김종훈 의원 등 야당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7시 10분께 집회를 끝내고 행진을 시작했다. 애초 행진 경로는 종로를 거쳐 북인사마당까지였으나 도중에 진로를 변경, 세종로사거리를 거쳐 청와대 방면인 광화문 광장까지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종로1가와 광화문 광장 좌우 세종대로 전 차로가 한때 시위대에 점거됐다. 경찰은 광화문 북단에 저지선을 치고 시위대의 전진을 막았다. 시위대가 물러나지 않으면서 양측 간 밤늦게까지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 72개 중대, 약 8천명을 투입했다.
이날 대치 중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A(26)씨가 연행됐다가 신원 확인 후 석방됐다. 경찰은 애초 신고된 행진 경로를 벗어나 도로를 점거한 다른 참가자들도 채증 자료를 토대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본 집회에 앞서 현 시국의 엄중함을 지적하는 청소년들의 기자회견도 열렸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회원 30여 명은 이날 오후 종로구 북인사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 하야와 최순실·정유라 모자 처벌을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 퇴진을 촉구하는 대학가 시국선언도 이어졌다.
고려대·동국대·서강대·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카이스트·한양대·홍익대 10개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이날 한양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 퇴진과 '최순실 게이트'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