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현 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 등 14개 여성단체는 29일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검은 시위'를 열었다.

여성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형법상 낙태가 불법으로 규정된 상황에서 여성은 터무니없는 수술비용을 요구받거나 안전하지 않은 낙태로 건강을 위협받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며 "임신중단을 '죄'로 묶어두는 형법의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 등 14개 여성단체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시위'를 하고 있다.

단체들은 "낙태를 죄로 규정하는 한 정부의 처벌강화 정책에 여성이 언제든 볼모로 잡힐 수 있다"고 지적하며 2010년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낙태수술 고발사건을 예로 들었다. 당시 낙태근절 운동을 하던 산부인과 의사 모임인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낙태수술을 한 병원들을 고발하자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한 여성들이 외국으로 '원정 낙태'에 나서기도 했다.

여성 생식권에 대한 애도의 의미에서 검은 옷과 마스크를 착용한 참가자들은 보신각을 출발해 종로 일대를 한바퀴 행진했다.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시위는 지난 15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오후 광주 충장로에서도 검은 시위가 열렸고 30일 대구 한일극장앞, 부산 서면 등 전국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여성계에서는 출산과 임신에 관한 자유로운 결정권을 억압한다며 낙태죄 폐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날 시위와 별도로 다음 카페 '워마드' 등을 중심으로 모인 여성들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열고 청원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인다.

낙태죄 논란은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인공임신중절수술(불법 낙태수술)을 집도한 의료인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불거졌다.

보건복지부는 불법 낙태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에 포함시키고 적발시 의료인의 자격정지 기간을 최대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모자보건법상 ▲ 산모와 배우자의 유전적 정신장애, 신체질환 ▲ 산모와 배우자의 전염성 질환 ▲ 강간에 의한 임신 ▲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산모의 건강이 우려되는 경우 등 5가지 사항에 따른 낙태를 제외하면 낙태는 모두 불법이다. 합법적 낙태도 임신 24주 이내에만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계 반발에 부딪히자 처벌 강화 방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은 모자보건법과 별개로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조항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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