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중부경찰서 형사과 김충수 경사

우리나라의 농촌인구가 고령화로 접어든 지 꽤 오래 된 것 같다. 그런데 그와 함께 농촌의 노인들이 집을 비운 틈을 이용하여 귀금속이나 현금 또는 통장 등을 들고 나오는 수법, 즉‘농촌 빈집 침입절도’라는 유형의 절도도 언제부턴가 매년 빠지지 않고 언론의 일부를 장식하고 있다. 특히, 가을 수확철을 접어들면서 그 빈도가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얼마 전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경찰서의 한 농촌마을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은 빈집에 초인종을 눌러보고 인기척이 없으면 담을 넘어 들어가 각종 귀중품을 훔쳐 달아나는 아주 단순한 수법을 이용했다. 초소형 카메라 등 각종 첨단장비를 이용하는 절도범이 판을 치는 세상에 이런 수법으로도 범행이 가능한 이유는 농촌 노인들이 집을 잘 비우고, 이웃들끼리 가깝게 지내다 보니 문을 잠그지 않고, CCTV 등 방범시설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도둑의 범행은 시민과 경찰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으로 그 범행에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 도둑은 물건을 훔치기 위해 여기저기 빈집을 기웃거리다 드디어 범행대상을 발견하고 침입하였으나, 때마침 점심식사를 위해 들어온 집주인에게 들키고 말았고 담을 넘어 인근 산으로 도주를 했지만 집주인의 차분하고 신속한 신고, 경찰관의 신속한 출동과 끈질긴 추적, 때마침 달아나는 범인을 목격한 산불감시원의 적시성 있는 제보로 범행 30분만에 인근 야산 중턱에서 검거되고 말았다.

검거된 절도범은 2014. 3월 절도죄로 징역 3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지 2년만에 또 같은 범행을 저지르고 말았고 이 건 외에도 몇 건의 여죄가 더 밝혀져 결국 구속되고 말았다.

농촌에서 기승하는 절도범을 위 사례처럼 극적으로 검거하기는 좀처럼 드문 일이다. 검거되더라도 피해품인 현금 등은 이미 절도범이 다 써 버리기 때문에 피해회복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은 예방이 최우선인데 가장 중요한 것이 피해자인 노인들의 문단속 습관이 아닐까 생각한다. 농촌에서 발생하는 절도의 특징은 장비를 준비해서 잠겨진 문을 억지로 뜯고 들어가는 것 보다는 열려진 문을 이용하여 손쉽게 들어가는 유형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만 철저하게 지켜진다면 농촌 빈집 침입절도는 큰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몇가지 더 보탠다면 경찰관의 지속적인 순찰과 노인 상대 범죄예방 홍보, 지자체의 CCTV 추가설치 등 물적 지원이 더 해 진다면 또 한번 멋진 콜라보레이션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김해중부경찰서 형사과 김충수 경사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