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의 반복으로 신선미를 잃어가는 봄 무렵, 벚꽃이 봄바람에 날리며 아침햇살이 안식처럼 경찰정복을 감돌아 다시금 되찾은 평온함이 나의 마음을 되잡는다. 자동차 유리창에 비치는 나를 보며 옷매무새를 바로하고 초등학교 정문으로 발걸음을 나섰다.

학교 강당으로 들어서니 학생들이 영화에 나오는 멋진 경찰을 보는 듯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았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여느 때처럼 학교폭력예방강의를 시작하려고 마이크를 잡고 스크린에 나의 프로필 사진을 보여주며 소개를 시작했다. “안녕 하세요 여러분, 저는 김해중부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학교전담경찰관 류장곤 순경이에요...” 소개가 끝나고 잠시 청소년 경찰학교 참여 홍보를 했다. “여러분, 순찰차도 타고 수갑도 사용해보는 경찰체험 프로그램 청소년 경찰학교에 와 본 학생이 있나요?” 말이 끝나자마자 앉아있는 학생들 중간쯤 아직은 밤낮으로 쌀쌀한 이른 봄날이지만 반팔을 입은 학 학생이 손을 높이 들며 큰소리로 소리쳤다. “저요 저요!! 작년 여름에 경찰학교 갔다 왔어요!! 그때 경찰아저씨 봤어요. 오늘 아저씨 오는 줄 알고 경찰학교 티셔츠 입고 왔어요!!” 나는 그 학생에게 뭐가 제일 기억이 남는지 되물었다. 그 학생은 “순찰차를 탔던 것이 제일 재미있었고 수갑 사용 해본 것도 좋았어요!!” 작년 여름 청소년 경찰학교 참여 기념품으로 준 반팔 티셔츠를 입고 해맑게 웃는 학생을 보니 나는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나를 기억하고 그 만남이 얼마나 소중했으면 반팔 입기 이른 날씨인데도 입고 왔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이 학생은 성장하면서 경찰과의 만남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이런 나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어린 학생들에게 추억이 되고 미래를 바꿀 수도 있는 일이 된다고 생각하니 새삼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졌다.

우리는 흔히 학생을 교육하는 것이 먼 장래까지 내다보면서 세우는 계획 ‘백년대계’라 표현한다. 미래의 사회와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를 기르는 정책이기 때문 일 것이다. 우리 어른들의 말과 행동 청소년들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우리 미래가 변화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경쟁의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 뒤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세상, 이 학생을 보며 더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잠시 동안 어린 시절 동심의 피터팬을 꿈꿔 본다.

김해중부경찰서 청소년 경찰학교 담당자 순경 류장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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