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욱 기자] 김포 주상복합건물 공사장 화재 사고의 최초 발화 지점이 지하 2층이 아니라 지하 1층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윤세진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11일 오전 현장감식을 마치고 "감식 결과 지하 2층에서는 별도의 연소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지하 1층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지점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화재가 발생한 10일 오후 1시 38분 당시 지하 1층과 지하 2층에서는 총 7명의 근로자가 스프링클러 배관작업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이 중 김모(47)씨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은 화재 발생 직후 유독가스에 질식해 4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발화 직전 현장을 벗어난 김씨는 경찰에서 "지하 2층에서 배관작업을 하다가 동료를 만나러 지하 1층으로 올라가 물을 마시던 중 갑자기 불길이 솟아오른 것을 봤다"며 "소화기로 진화하려 했지만 불길이 커져 진화하지 못하고 대피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배관 용접작업 중 불꽃이 벽면 단열재 우레탄폼으로 튀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내년 1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된 이 건물의 지하에는 환풍구가 아직 완공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우레탄폼을 태우면서 발생한 유독가스는 삽시간에 지하 내부를 꽉 채웠고 근로자들은 모두 연기에 질식해 숨지거나 중태에 빠졌다.

불이 나자 지상에서 근무하던 근로자 33명은 무사히 대피했다.

이날 현장감식은 경찰·국립과학수사연구원·소방 합동으로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김포시 장기동 주상복합건물 공사장에서 이뤄졌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지하 1층과 주차장의 우레탄폼 벽면 등 연소 잔해물을 수거했다. 감정 결과는 15일 이내 나올 예정이다.

▲ 경기남부경찰청·국립과학수사연구원·김포소방서 합동 화재감식팀원들이 11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주상복합건물에서 화재 현장감식을 마치고 건물을 나서고 있다.

경찰은 아울러 김포서장을 팀장으로 하는 수사전담팀을 구성, 시공사와 감리업체를 상대로 작업현장의 안전관리가 적절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용접 안전 매뉴얼에 따르면 용접 전에는 화기작업허가서를 작성하고 용접이 끝날 때까지 화기 감시자를 배치해야 한다.

용접작업이 진행될 땐 바닥으로 튀는 불티를 받을 포, 제3종 분말소화기 2개, 물통, 모래를 담은 양동이(건조사)를 배치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시공사·감리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소화기 등 안전시설 비치 여부, 근로자들의 용접기능사 자격증 보유 여부 등 현장에서 안전수칙이 준수됐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망자 4명이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12일 오전 부검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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