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호 기자] 오는 8월부터 가구 소득에 상관없이 난임 시술에 대한 의료비 지원이 전 소득계층으로 확대된다. 또 내년 7월부터는 남성 육아휴직 급여가 월 최대 200만원씩 3개월까지 지급된다.

3명 이상 다자녀 가구는 국공립어린이집 입소와 국민임대주택 입주 시 우선권을 가진다.

정부는 25일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저출산 보완대책을 확정했다. 

이번 대책은 올해부터 5년간 시행될 제3차 저출산 계획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 초 새로운 저출산 계획 시행에도 불구하고 1~5월 출생아 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만명이나 줄어들자 긴급하게 보완책을 마련했다.

▲ 2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는 당장 다음달부터 자녀가 없는 가구의 출산을 지원하기 위해 현재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 150% 이하만을 대상으로 하는 난임 시술 지원을 전 소득계층으로 확대한다.

난임 가구는 소득 수준에 따라 인공수정 3회(회당 50만원), 체외수정 3~4회(회당 100만~240만원)를 지원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내년 10월부터 난임 시술비와 시술 관련 제반 비용을 건강보험에 적용할 계획이다. 난임 시술 지원 대상은 현재 5만명에서 9만6천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일선 사업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와 근로 감독을 강화한다.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의 모든 여성 근로자가 임금을 종전과 같이 받으면서 근로시간을 하루 2시간 줄여 일할 수 있는 제도(위반 시 500만원 과태료)로,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모니터링한 뒤 위반 사업장 대한 감독을 한다.

이미 아이가 있는 경우 계속 출산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아빠의 달' 휴직급여 상한액을 현행 월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남성의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독려해 일과 가정생활이 양립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아빠의 달' 제도는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때 두번째 사용자의 석달치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최대 150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지원 기간을 1개월에서 올해 3개월로 늘린 데 이어 지원금의 상한액을 다시 50만원 인상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육아휴직 급여의 상한액은 100만원인데, 2배에 달하는 금액을 육아휴직 중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일-가정 양립을 위해 내년 초등돌봄 전용교실을 올해보다 182실 늘려 약 3천600명이 추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중소기업에 재택·원격근무 시스템 구축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자녀가 3명 이상인 다자녀 가구는 국공립어린이집 입소 시 배점이 현재 100점에서 200점으로 높아지고 국민임대주택의 넓은 면적(50㎡ 이상) 주택을 3자녀(태아, 입양도 자녀로 간주) 이상 다자녀 가구에 먼저 배정하는 방안을 올해 하반기 도입한다.

교원과 공무원,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자녀가 여러명일 경우 희망하는 근무지에서 일할 가능성이 커진다. 우선 교원을 대상으로 자녀 2명이 0~6세면 근무지 전보 시 가점을 부여하고, 3자녀 이상이면 전보 시 희망지역에 우선 배치할 것을 권고한다. 이는 향후 공공기관으로 확대된다.

범정부 차원에서 저출산 대책의 이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총리주재 관련 장관회의를 상시로 운영하고 출산 우수 지자체를 매년 발표하고 출산 대책이 우수한 지자체에는 특별교부세를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내년 출생아 수가 2만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난임 시술과 안심출산 지원을 통해 8천명~1만2천명 가량 출생아가 늘어나고 일-가정 양립 지원과 둘째·셋째 출산 지원을 통해 각각 8천명과 2천명 추가 출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출산장려정책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결혼과 출산 친화적인 분위기가 확산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온·오프라인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업장의 근로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호소문을 발표하고 "기업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저출산은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로, 초저출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노력만으로 저출산 위기 극복은 어려운 만큼 일-가정 양립이 실천될 수 있도록 기업의 문화가 가족 친화적으로 바뀌고, 양성이 평등한 가족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나서서 눈치 보지 않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며 "아빠가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돕는 것이 일상화된 가정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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