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 기자] 담배 지출을 줄인 건 결과적으로 가격 변화에 민감한 저소득 계층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초 담뱃세 인상으로 쪼그라들었던 담배 지출이 올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5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을 보면 올해 2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담배 지출은 2만3천원으로 1년 전보다 10.9% 증가했다. 

 

지난해 초 담뱃세 인상으로 담배 소비량이 줄었다가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소득분위별로 보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차이가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는 담배 지출이 1년 전보다 6.6% 감소한 1만6천원이었다. 

그러나 소득 하위 20∼40%인 2분위에선 담배 지출이 2만2천원으로 1.2% 소폭 증가했다. 

소득 3분위 담배 지출(2만8천원)은 19.8% 늘었고 4분위(2만3천원)는 11.7% 증가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5분위(2만6천원)에선 25.3%나 늘었다. 

가격 상승효과를 제거한 실질 기준으로 봐도 그대로 드러난다.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실질 담배소비 지출은 1만3천원으로 1년 전보다 10.9% 증가했는데, 소득이 월평균 100만원 미만인 구간(8천원)에선 3.5% 감소했고 100만∼200만원 미만 구간(9천원)에선 5.3% 감소했다. 200만∼300만원 구간(1만2천원)에서도 0.9% 줄었다. 

그러나 소득 600만원 이상은 27.4% 늘어난 1만4천원이었고 300만∼400만원 구간에선 22.7% 늘어난 1만5천원이었다.

이 두 계층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담뱃세 인상 효과 전인 2014년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2014년 연간기준으로 300만∼400만원 구간의 월평균 담배 지출은 1만7천원, 600만원 이상은 1만5천원이었다. 

소득 400만∼500만원(1만2천원)도 14.8%, 500만∼600만원 미만(1만3천원)에서도 10.3% 증가했다. 

실질 기준으로 본 담배 지출은 올해 1분기에도 30.6% 증가한 1만3천원이었다. 전체 소득구간에서 담배 지출이 모두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내내 실질 담배 지출이 감소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담배 지출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감소한 데에는 저소득층 중 고령층이 많아 건강 때문에 담배를 덜 피우는 경향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의 가격 정책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담뱃값을 2천원 올리자 담배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저소득층이 금연을 택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만 19세 이상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39.3%로 흡연율 집계가 시작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40% 이하로 떨어지며 가격 정책이 효과를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담뱃세 인상 효과가 점차 미미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담배 판매량은 353억969만1천400개비로 1년 전보다 약 14% 증가했다. 

정부는 가격 정책만으로는 흡연율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올해 12월부터 담뱃갑에 흡연경고그림 부착을 의무화하는 등 비(非)가격 정책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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