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지난해 8월 한국전력이 한달간 가정에 전력을 판매하고 청구한 요금(주택용 전력판매수입)이 9천억원으로 봄·가을 청구액의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용이나 산업용 전기요금 청구액은 계절에 따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미뤄볼 때 가정용에만 적용되는 누진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주택용 판매수입은 8천857억원으로, 그해 가장 적었던 5천563억원보다 59.2% 많았다.

전력판매수입이란 한전이 고객에게 전력을 팔고 청구한 금액을 말한다. 기본요금과 사용량 요금이 포함되며 실제 수금할 때는 여기에 부가가치세와 전력산업기반기금이 추가로 붙는다.

자영업자에게 부과하는 일반용이나 기업에 청구하는 산업용 전기요금과는 달리 주택용은 계절에 따라 등락 폭이 크게 벌어졌다.

6월과 7월에는 각각 6천35억원과 6천143억원을 청구했지만, 8월에는 청구액이 8천857억원으로 44% 넘게 뛰었다. 9월에는 6천612억원, 10월에는 5천563억원으로 다시 내려앉았다.

반면 일반용 판매수입은 7월 1조2천997억원, 8월 1조4천364억원, 9월 1조1천390억원으로 10∼20% 사이의 변동률을 나타내는 데 그쳤다.

산업용은 7월 2조8천9억원에서 8월 2조6천524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상점이든 가정이든 여름철 냉방기기 수요가 많은 것은 마찬가지인데 가정용만 전기요금이 유독 불어나는 것은 누진제의 영향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9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봄·가을 전기요금을 5만3천원 내는 가정에서 여름철 스탠드형 에어컨(1.84kW)을 하루 8시간씩 켤 경우 전기료는 32만1천원으로 뛰었다.

상반기까지 실적으로 볼 때 올해는 여름철 주택용 전력판매수입은 작년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1∼6월) 가정에 청구된 전기요금은 모두 4조1천76억원으로, 전년의 4조608억원보다 1.2% 많았다.

게다가 7∼8월 중 전기요금 누진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이런 혜택이 없다.

폭염과 저유가로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한전이 하반기에는 더 많은 수입을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누진제가 가정에만 고통을 지우는 '징벌적 요금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산업부는 "주택용 요금은 지금도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으며 전력 대란 위기가 현존하는 상황에서 누진제를 완화해 전기를 더 쓰게 하는 구조로 갈 수는 없다"며 개편 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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