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호 기자] 남북한을 비롯한 6자 회담 당사국이 한자리에 모인다.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역대 다자 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26일 오후(현지시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다.

ARF에는 6자회담 당사국과 유럽연합(EU) 의장국, 캐나다, 파푸아뉴기니 등 27개국이 참여한다.

각국 외교장관들은 ARF 리트리트(비공식 자유토론)와 플레너리(총회)를 통해 북핵과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 역내 정세 현안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남북과 중국, 러시아, 미국 등 각국 외교수장들이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이슈에 대해 발언할 것으로 보여 북핵 문제를 둘러싼 동북아 외교지형의 '현주소'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핵 개발이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적 위협이라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행 등 국제사회의 일치된 노력과 메시지 발신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러시아의 북핵 문제에 대한 발언 수위, 그리고 올해 ARF로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 북한 리용호 외무상의 메시지도 주목된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불용 등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제재는 목적이 될 수 없다며 대화 재개를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눈 인사도 없이 지나친 남과 북]
눈 인사도 없이 지나친 남과 북(비엔티안=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5일 오후(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돈찬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윤병세 외교장관이 입장하던 중 북한 리용호 외무상과 마주치고 있다. 둘은 서로 의식하지 않은 채 엇갈려 지나갔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을 직접 거론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일지 주시된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고 '조선반도 비핵화'를 주장, 참가국들에게 착시효과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면전에서 최근 인권 제재와 다음 달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에 대해 강하게 비난할 것으로도 관측된다.

각국 입장은 리트리트 세션에서 대부분 확인되며, 의장국인 라오스가 이들 발언을 종합해 의장성명을 작성한다.

현재 우리를 비롯한 참가국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성명에 조금이라도 더 반영하기 위해 라오스를 상대로 치열한 설득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라오스가 아세안 나라 중 북한과 가장 가까운터라 의장성명에 우리 입장을 반영하기가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ARF 참석 이틀째인 북한의 외교 공세도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에 이어 참가국들과 양자 회동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리용호 외무상이 ARF 도착 첫날 라오스 총리 관저로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나와 라오스의 북한 '특별대우' 여부가 주목을 받았으나, 라오스 측은 총리 예방 사실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각하는 리용호]
생각하는 리용호(비엔티안=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5일 오후(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돈찬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취재진에게 침묵을 지켜 온 리 외무상이 공개 발언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그는 전날 ARF 환영 만찬 참석 후 나오는 길에 "내일은 말씀 들을 수 있을까요"라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앞서 오전에는 아세안과 한중일이 참석하는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도 열린다.

미국과 러시아 등이 참석하는 EAS는 역내 정세에 대한 논의 비중이 커 북핵은 물론 미중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남중국해 문제가 비중있게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참가국들의 양자회동도 이어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일과 미중이 전날 외교장관 회담을 한 데 이어 이날은 미러 외교장관 회동이 예정돼 있다.

아세안 관련 연례 외교장관 회의는 이날로 폐막하며, 윤병세 장관도 이날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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