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한 의료급여 환자를 대학병원 원무과에서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돌려보내 논란을 빚고 있다.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다발성근육염 등 류마티스질환을 앓고 있는 이영복(53)씨는 지난 5월 서울에 있는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을 찾았다가 입원거부를 당했다고 1일 밝혔다.

이 씨는 한림대강남성심병원에서 두 차례의 외래진료와 혈액검사를 거쳐 담당의사로부터 입원을 권유받았다. 이후 입원수속을 밟고자 병원 원무과를 찾았지만, 보호자가 없으면 입원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씨는 기초생활보장 의료급여수급권자로 고시원에서 홀로 생활하는 독거인이다. 법적보호자인 가족은 물론 입원 보호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지인이 없는 상태다.

그는 "보호자가 없는 형편을 설명해도 아무나 한명 지정해 서류를 작성하지 않으면 입원이 안 된다고 했다"며 "혼자 사는 사람은 중병에 걸려도 입원이 안 되느냐고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 50대 독거인 입원 거부한 대학병원

무엇보다 이 씨는 병원이 작성하라고 한 입원약정서에 보호자가 아닌 환자의 치료비를 책임지는 '연대보증인'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 병원의 입원약정서를 보면 연대보증인이 입원 등과 관련해 발생하는 진료비 등 일체의 채무를 입원환자와 연대해 지불할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4년 수술 등의 동의서나 입원약정서에 연대보증인을 요구할 수 없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했지만, 강제력이 없어 대부분의 병원이 입원 시 연대보증인을 요구하고 있다.

이 씨는 "결국 내가 의료급여 환자여서 돈이 없을까봐 입원을 거부한 것 아니냐"며 "이런 일을 우려해 입원비를 선납할 생각으로 60만원을 가져갔는데 병원의 태도에 모멸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 50대 독거인 입원 거부한 대학병원

반면, 병원은 보호자나 연대보증인이 없다고 입원을 거부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입원기간 이뤄지는 치료, 수술 동의서 작성 등의 문제로 보호자의 필요성을 설명했을 뿐"이라며 "보호자가 없다고 해서 입원이 안 된다고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입원약정서에 적힌 연대보증인 역시 대다수의 병원 입원서류에 명시된 부분"이라며 "연대보증인이 없다고 입원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건 당시 환자가 입원하지 않고 돌아가 버리는 바람에 병원에서는 다시 내원을 하라고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환자단체연합회가 사건 직후 병원에 문의한 통화녹음에는 보호자 없이 입원이 안 된다는 병원의 설명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입원중 치료에 대한 동의, 간병인 고용, 후불로 지급되는 진료비 문제 등으로 가족이 없으면 지인이라도 보호자 1명이 꼭 필요하다는 게 병원의 설명이었다"고 말했다.

▲ 50대 독거인 입원 거부한 대학병원

이번 사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보호자가 없어 입원을 거부한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의료인은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한 의료법 제15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보호자가 없다는 점은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의료급여환자 입원을 거부하는 의료기관은 형사처분까지 가능하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입원거부는 엄연히 불법이지만 현실에서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며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독거노인 등 힘없는 환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려면 이런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씨는 사건 이후 한달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지내다가 지난달 29일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했다. (연합) 강애란 기자

aer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7/01 08:3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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