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강력한 기득권을 갖게 된 페미니즘 단체와 전라도 일부 지역, 그리고 좌익 진영의 삼각 커넥션에 대한 의심은 쌓여가지만, 이를 제대로 밝혀낼 ‘의인’은 없다 

지난 5월 17일 오전 1시 20분경,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의 한 술집에서 일행과 술을 마시던 20대 여성이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나간 뒤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은 남자친구가 발견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건물의 CCTV를 확보, 30대 남성을 용의자로 지목한 뒤 같은 날 오전 10시 무렵 출근하는 30대 남성을 검거했다. 

경찰에 붙잡힌 용의자는 34살의 김 모 씨. 김 씨는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 수사 결과 김 씨는 피해자가 들어갔던 화장실에 숨어 있었으며, 피해자를 흉기로 살해하기 전까지 남성 6명이 화장실을 드나들었던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의 추가 수사 결과 피의자 김 씨는 정신분열증(조현병)으로 2008년부터 네 차례 병원에 입원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사건을 ‘정신병자에 의한 묻지마 범죄’라고 규정했다. 

지난 5월 21일 오후 11시부터 22일 오전 2시 사이.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 학부모와 주민 등 3명이 이 지역에 부임한 지 석 달 밖에 안 된 신임 여교사를 윤간했다. 

목포경찰서 수사 결과 피의자 가운데 2명이 여교사가 근무하던 초등학교의 학부모였으며, 1명은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당시 피의자들은 혼자 저녁식사를 하던 여교사에게 합석을 요구한 뒤 도수가 높은 술을 10여 잔 권해 취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오후 10시가 넘어 여교사가 만취하자 피의자 가운데 한 명이 “관사에 데려다 주겠다”며 자신의 차에 태워 관사로 데려가 강간했다고 한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다른 피의자들도 차례로 여교사의 관사로 들어가 강간을 했다. 

정신을 차린 여교사는 22일 오전 2시 무렵, 관사 문을 잠그고 경찰에 신고, 이른 아침 경찰의 보호 아래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 체내의 정액을 채취하는 등 증거물을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긴급분석을 요청했고, 결과가 나오자 피의자 3명을 검거했다. 

강남역 사건은 살인 사건이고, 흑산도 사건은 짐승만도 못한 자들에게 당한 성 범죄다. 국민 대부분은 두 사건에 분노했다. 그런데 일부 여성단체와 ‘자칭 진보단체’들은 두 사건에 대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에는 “여성 혐오”라며 대대적으로 추모행사를 벌던 좌파 언론 및 페미니스트·진보여성단체들이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 자행된 여교사 집단 윤간사건에 대해서는 무관심,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강남역 10번 출구 추모, “여자라서 죽었다!” 

지난 5월 17일 20대 여성이 정신분열증 환자에게 살해당한 사건은 ‘묻지마 범죄’로 불렸다.  그러나 ‘자칭 페미니즘 단체’라는 곳은 온라인에서 ‘여성 혐오범죄’라고 규정했다. 

이후 사고가 발생한 술집 근처인 강남역 10번 출구에 추모 포스트잇이 붙고, 추모객들이 몰리면서 상황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남성혐오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와 극단적 여성주의 커뮤니티인 ‘워마드’가 끼어들면서 ‘묻지마 살인’ 피해자의 추모는 “여자라서 죽었다, 남자라서 살아남았다”는 구호 아래 ‘여성 혐오범죄’로 둔갑했다. 

5월 20일이 되자 ‘메갈리아’와 다투던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저장소’ 회원들이 강남역 10번 출구에 나와 맞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여성혐오범죄가 아니라 정신병자의 묻지마 살인”이라며 “이 일이 남성혐오로 이어지는 것은 잘못된 일반화 오류”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동의하는 일부 청소년들이 피켓을 들고 나와 1인 시위를 했고, 5월 21일 양측 간의 ‘충돌’이 일어났다. 

5월 22일까지 ‘메갈리아’ ‘워마드’와 ‘일베저장소’ 및 일부 남녀들 간의 ‘충돌’로 소란은 더욱 커졌다. 처음에는 ‘일베저장소’ 회원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컸지만, ‘워마드’ 회원으로 알려진 일부 여성들이 자신들의 의견에 반대하며 “추모에 집중하자”는 청소년과 일부 남성을 집단폭행하는 장면이 유튜브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여론도 뒤집어졌다. 

페미니즘 단체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강남역 살인 사건을 가리켜 “한국 사회의 젠더 불평등과 여성 혐오가 표출돼 생긴,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살해”라며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정치인들이 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5월 19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남역 10번 출구를 찾아 “더 이상 혐오범죄, 분노범죄, 묻지마 범죄가 없도록 병든 세상을 치유해 가겠다”면서 공무원들을 시켜 추모 포스트잇에 대해 ‘현장보존’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5월 20일 오후에는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강남역 10번 출구를 찾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前)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다음 생에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자”는 글을 게재했다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 일어난 초등학교 여교사 윤간 사건은 6월 2일에야 알려졌다. 사건을 처음 보도한 것은 목포 MBC였다. 부임한 지 석 달도 안 된 여교사를 섬마을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집단 강간한 사실에 지역 언론들도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전남 신안 여교사 윤간 사건…주민들 “먼저 꼬리쳤다” 

피해 여교사의 침착한 대응과 남자친구의 관련 사실 공개, 목포경찰서의 발 빠른 대응으로 피의자 3명은 6월 3일 경찰에 검거됐다. 이 사건이 한국 사회를 뒤흔든 것은 피의자들의 태도와 지역 주민들의 반응, 신안군 지역 사회의 대응 때문이었다. 

6월 4일 주요 언론사들이 이 사건을 ‘전남 섬마을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보도하기 시작했고, 일부 매체들은 ‘전남 신안 여교사 윤간 사건’이라고 해당 지역을 구체적으로 명기해 보도했다. 

경찰 발표로 알려진 피의자들의 태도는 황당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DNA 검사 결과 피해자의 몸속에서 정액이 검출되었음에도 피의자들은 “왜 내 정액이 거기 있냐”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피의자들이 경찰 조사를 받을 때 긴장하거나 반성하는 기색 없이 웃으면서 농담을 주고받았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공중파와 종편들은 목포 MBC와 광주 CBS 등의 보도를 확인한 뒤 현장 취재에 나섰다. 방송사의 현장 취재와 인터뷰가 보도된 이후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사건이 발생한 흑산도 주민들이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 보다는 자신들의 평판을 더욱 중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MBN, 채널A, YTN, SBS 등과 인터뷰한 지역 주민들은 “그런 이야기(성폭행 사건)는 될 수 있으면 안 한다” “주민들 타격이 크고 손님들이 안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우리가 피해를 보니까 문제” “우리 섬 이미지가 얼마나 나빠지고 있는데”라며 피해자에 대한 걱정 보다는 자신들만 생각하는 태도를 보였다. 

MBN과 채널A의 이후 보도에서 나온 지역 주민들 인터뷰는 국민들을 더욱 자극했다. 주민들은 인터뷰에서 “서울에서는 묻지마 살인도 나고 토막 살인도 나는데, 젊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하는가 하면 “여자가 꼬리치면 안 넘어갈 남자가 어디 있느냐, 나이가 80이라도 그런 유혹 앞에서는 견딜 수 없다”고도 했다. 

▲ 6월 10일 오후 전남 목포경찰서에서 신안 모 섬 여교사를 성폭행한 3명의 피의자가 검찰에 송치돼 호송차에 오르기 위해 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두 사건에 대한 자칭 ‘진보단체’들의 서로 다른 반응 

JTBC와의 인터뷰에서는 “공무원이 어떻게 술이 떡이 되게 그렇게 먹냐”면서 “외부에서 방송 들어보면 (피의자들을) 완전 죽일 놈을 만들어 놨다”고 불평했다. 

이 같은 주민들의 반응이 보도되자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이후 전남 교육청 관계자의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었다. 

지난 6월 8일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전남 교육청을 찾았을 때 선태무 부교육감은 여교사 성폭행 사건에 대해 2주 뒤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때 선태무 부교육감은 “경찰이 수사 중이었고 교육 중에 일어난 사망사고도 아니고, 일과 후에 일어난 일로 여교사 개인적인 사안이어서 교육부 보고 사항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전개되는 가운데 페미니즘 단체와 전교조 같은 자칭 ‘진보단체’들은 침묵을 지켰다.  이들 가운데 ‘신안여성단체협의회’는 피해 여교사의 신원이 드러날 수 있는 정보를 언론에 공개했고, 전남 지역 페미니즘 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신안군 전체의 문제로 몰아가지 말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 사건은 정신병자에 의해 일어난 살인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 주민들에 의한 의도적 성범죄인데도 왜 여성단체와 ‘자칭 진보단체’는 정신병자에 의한 살인사건을 더욱 띄운 걸까. 

일부 네티즌은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추모행사’를 한다면서, 자신들과 의견이 다른 청소년들을 집단 폭행하고 남성들에 대해 공개 모욕을 한 ‘워마드’ 회원들이 실제로는 좌익단체 ‘노동당’의 ‘알바노조’ 회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정황들을 찾아내 공개했다. 

페미니즘 단체들이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에는 벌떼처럼 들고 일어난 반면 신안 흑산도 여교사 윤간 사건에는 1주일 넘게 침묵했던 사실 또한 이상하게 본다. 

일각에서는 ‘오마이뉴스’ ‘한겨레’ ‘프레시안’ 등 좌익 성향 매체들이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의 ‘추모행사’를 주도했던 단체들을 옹호하고, 전남 신안 여교사 윤간 사건과 관련해서는 피해자에 대한 염려 보다는 해당 지역의 논리를 대변하고 옹호하는 점을 수상하게 여긴다. 

일각에서는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의 상징성,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권의 침묵, 이들의 지원으로 성장한 국내 페미니즘 단체들 간의 커넥션이 신안 흑산도 여교사 윤간 사건에 침묵하는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들도 이런 주장에 상당 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지난 5월에 발생한 두 사건은 ‘다른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든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이후 추모 행사를 통해 ‘자칭 페미니스트’의 폭력성과 반(反)사회성이, 신안 흑산도 여교사 윤간 사건 이후 해당 지역의 극단적 이기주의와 몰염치가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김대중 정권 때부터 우리 사회에서 강력한 기득권을 갖게 된 ‘페미니즘 단체’와 ‘전라도 일부 지역’, 그리고 좌익 진영의 ‘삼각 커넥션’에 대한 국민들의 의심은 계속 쌓여가지만, 이를 제대로 속 시원히 밝혀낼 ‘의인’이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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