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촌동 무료진료 봉사에 함께 하고 있는 블루크로스 의료봉사단과 장여구 교수(서울백병원 외과. 뒷줄 가운데)

[김태일 기자] "중고등학생들이 의료봉사를 한다?" 의학을 전공으로 공부하지 않은 학생들이 청진기를 들고 엑스레이를 들여다보는 식의 상상만을 한다면 위 문장이 언뜻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이러한 고정관념과 상관없이 숭고한 의료선각자의 뜻을 기려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세상 사람들의 건강한 삶과 평등한 치료기회를 위해 봉사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바로 블루크로스 의료봉사단 청소년단 학생들이다.

블루크로스 의료봉사단은 故 장기려박사의 모습을 흠모하는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1997년 7월에 창단된 봉사단으로서 국내의 노숙자, 영구임대아파트 주민, 외국인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꾸준히 국내 무료진료를 해오다가 1999년부터 영역을 넓혀 1년에 2차례 이상 캄보디아, 필리핀, 미얀마 등 오지 해외 농촌마을의 의료사각지대를 찾아다니며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낙후된 지역에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 의료인 교육과 위생교육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 블루크로스 의료봉사단 활동모습

또한 블루크로스 의료봉사단 청소년단은 청소년들의 올바른 인성과 고통받는 이웃에 대한 관심이 미래의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2010년 창단된 청소년의료봉사단으로서 자발적 봉사를 통해 청소년의 미래와 꿈을 찾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홈페이지관리, 자선바자회, 캠페인, 봉사기금마련 등을 통해 소외된 이웃에 대한 사회전반의 관심을 모으고, 꾸준히 봉사해 온 청소년들을 매년 발굴, ‘장기려 봉사상’을 통해 격려하고 있다.

그리고 블루크로스 청소년의료봉사단에서는 얼마전 '희귀질환에 대한 청소년의 의식과 인지도 설문'을 시행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희귀질환에 대해 어떻게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 의미있는 조사를 시행한 바 있다. 또한 그 분석결과와 이를 토대로 희귀질환을 위해 청소년들이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오는 2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있을 희귀질환재단 5주년 기념 심포지움에서 발표를 할 예정에 있다.

   
▲ 블루크로스 청소년의료봉사단이 조사한 희귀질환 설문 분석결과 중 일부

이에 블루크로스 청소년의료봉사단 학생들의 봉사현장을 찾아 이들의 활동현황을 알아보고 희귀질환에 대해 갖고있는 청소년들의 관심과 인식정도를 들어보았다.

학생들을 만난 곳은 등촌동 무료진료소 봉사현장으로, 매월 2회 화요일에 지역 어르신을 모시고 내과, 외과, 치과 진단과 처방(전문의 무료봉사), 재활 프로그램 지원, 약품지원, 마인드셋(Mind Set) 교육 등을 시행하며 장애인 및 소년소녀가장 지원 활동을 펼치는 프로그램이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어르신들에 대한 안내와 혈압, 혈당체크, 약 포장과 배포 등의 업무를 맡고 있었고 순서를 기다리는 어르신들과 틈틈이 말동무를 해드리거나 안마를 해드리면서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등촌동 무료진료 봉사에서 어르신들의 처방약을 준비하고 있는 청소년의료봉사단

아래는 청소년의료봉사단 지예린(이화여고 3), 최종윤(세화고 2) 학생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1. 블루크로스 청소년의료봉사단을 소개해주세요.

(지예린) 블루크로스 청소년봉사단은 평생 가난한 사람들의 의사로 살다 돌아가신 장기려 박사님의 뜻을 이어받아, 처음에는 의학도들이 의료로써 봉사하기 위해 1997년에 만들어진 단체이고, 지금은 꼭 의료분야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장기려 박사님의 정신을 기리고 봉사하기 위해서 2010년도에 청소년단도 만들어졌습니다. 보건복지부 산하의 NGO단체로, 청소년단은 블루크로스 ‘천사회원’들이 전국 각 학교에서 자율동아리를 만들어서 사람들의 건강과 자연보호를 위한 ‘폐의약품 분리수거’나 ‘심폐소생술 전국민 배우기’ 캠페인과 같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청소년단에서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 블루크로스 청소년의료봉사단 지예린 회장

2. 장기려 박사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지예린) 대단하신 분이신 것 같아요.(웃음) 우리나라 최초로 간암수술을 하시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최초로 의료보험 제도를 만드신 분이세요. 일생을 끝까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시고 본인이 가진 모든 것을 나누어주신 분이세요.

3. 오늘 이곳 봉사는 어떤 활동이며 이곳에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최종윤) 등촌동 무료의료봉사는 지역주민들, 특히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혈당체크나 간단한 지병에 대해서 진단(진료과별 전문의 봉사)을 하고 처방약을 드리는 형식으로 진행되고요, 무엇보다 평소에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분들께 혜택을 드릴 수 있다는 점과 외롭게 지내시는 어르신들이 함께 모이셔서 대화도 나누시고 교류도 하실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분들이 의료적인 부분에서만 아니라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고 저희와도 눈 맞추고 얘기하시다가 밝은 얼굴로 댁으로 돌아가시는 걸 보니까 굉장히 뜻 깊은 일이구나 생각이 들어요.

   
▲ 블루크로스 청소년의료봉사단 최종윤 의학학술팀 팀장

4. 봉사단 내에서 의학학술부 팀장을 맡고 있다고 들었는데 의학학술부는 어떤 부분을 담당하고 있나요?

(최종윤) 저희가 하는 활동 중에는 의료봉사 부분이 중요한 활동 중 하나인데요, 그러다보면 의학적인 기본정보가 없으면 활동이 쉽지 않기 때문에 기획단계에서 의학적인 사전조사를 하고 회원들과 공유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기려 박사님의 일생과 업적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도 의학학술부에서 하고 있어요.

5. 그럼 블루크로스 하는 학생들 중에는 의약계열로 장래희망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많은가요?

(최종윤) 물론 많긴 합니다. 처음에는 블루크로스가 그렇게 시작하긴 했지만 현재는 꼭 의약계열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를 하고, 장기려 박사님의 뜻을 이어받아서 다양한 분야에 진출을 해서 좋은 활동을 할 수 있는 학생들이 폭넓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 등촌동 무료진료 봉사에서 어르신들의 혈당체크를 돕고 있는 블루크로스 의료봉사단

6. 언제 어떤 계기로 의료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지예린) 저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가족들이 공부 이외에도 이런저런 봉사활동을 해야한다는 분위기여서 같이 많이 다니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학교에서 의학다큐를 보여줬는데, 너무 멋있는 거에요. 제가 다른 사람들의 상처나 마음을 치유해주면서 봉사를 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 보다가 블루크로스를 알게 되었고, 작년부터 블루크로스에 들어와서 활동을 하다 보니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의미 있는 활동들을 하게 되었어요. 지금 하고 있는 무료진료 보조봉사가 그중에 하나예요.

7. 이번 희귀질환 설문조사의 취지와 진행과정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지예린) 이번 설문조사의 취지는 학생들이 희귀질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의 인식정도와 희귀질환을 위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뭔지, 또 뭘 하고 싶은지 알기 위해서 설문지를 만들었구요, 먼저 임원진들이 모여서 설문 초안을 만들고 희귀질환재단이랑 만나서 설문지를 보완했어요. 완성된 설문지를 블루크로스 카페에 올려서 50개 학교 회원들이 설문조사에 참여했고, 본인들만 한 게 아니라 중,고,청년이라면 누구에게든지 설문을 받아서 약 2,600부의 설문결과가 취합됐어요. 결과는 1차적으로 저희 임원진들이 나눠서 통계를 냈고, 그걸 서울대학교 통계학연구소에 부탁을 드려서 2차적으로 의미있는 통계자료를 만들었습니다.

   
▲ 인터뷰중인 블루크로스 청소년의료봉사단 지예린 회장과 최종윤 의학학술팀 팀장

8. 희귀질환 설문조사의 결과를 반영해 앞으로 희귀질환 진단과 치료가 어떻게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최종윤) 저희가 설문조사를 통해 알게 된 건, 많은 사람들이 희귀질환에 대해 들어는 봤지만 이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고, 희귀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 아는데 어떻게 도와야 할지는 몰라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단은 희귀질환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저 남의 일만이 아니라 나나 내 가족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을 넓히는 것도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치료나 진단법에 대해서도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으니까 저희 청소년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희귀질환에 대해 많이 관심을갖도록 이끌어 내고 인식을 바꿔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9. 의료봉사를 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인가요?

(지예린) 학생들이 어떤 의견을 내면 그게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봉사단을 하면서 자기의 각자 의견이 학교단위로 모여서 봉사단의 의견이 되고 이 봉사단에서 전국적으로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이 참 보람찬 것 같습니다. 그리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모든 봉사자들이 그렇겠지만 저희가 시간을 내고 힘을 쏟고 하는 활동들에 봉사를 받는 분들이 즐거워하시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고 저희도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특히 여기 등촌동 의료봉사를 할 때 어르신들이 많이 오시는데, 오셔서 저희한테 수고한다, 고맙다 말씀을 해주시면 학교 끝나고 바로 오는데도 피로감이 사라지고 너무 뿌듯합니다.

10. 다른 친구들에게 의료봉사단을 추천해주신다면?

(최종윤) 저희 블루크로스 의료봉사단은 국내에 유일한 청소년 의료봉사단으로서, 학생들이 직접 기획해서 한 활동들이 다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예를 들어서 현재 폐의약품 캠페인, CPR(심폐소생술) 전국민 배우기 운동, 등촌동 무료진료소 등이 운영되고 있고요, 여러분들도 저희와 함께 의료봉사단에서 활동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보람된 그런 봉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故 장기려 박사>

   
 

평안북도 용천 출생. 1932년 경성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평양의과대학 외과교수, 평양도립병원장 및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를 지냈다. 그는 의사가 된 동기를 ‘의사를 한 번도 못 보고 죽어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뒷산 바윗돌처럼 항상 서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1950년 12월 아내 김봉숙(金鳳淑)과 5남매를 북한에 남겨 두고 차남 가용(家鏞)만을 데리고 월남하여 이듬해부터 부산 영도구에 천막을 치고 복음병원을 세워 행려병자를 치료하였다. 1968년에는 한국 최초의 의료보험조합인 청십자(靑十字) 의료보험조합을 설립 운영하였으며, 전간 환자 치료모임인 ‘장미회’를 설립하여 그 치료에도 정성을 쏟았다.

이러한 의료활동 외에도 부산대학교·가톨릭대학교·서울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1959년 국내 최초로 간대량(肝大量) 절제수술에 성공하였다. 1976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으며, 1979년 막사이사이상(사회봉사 부문)을 받았다. 1991년에는 미국의 친지로부터 북한에 가족이 살아 있다는 소식 아래 아내의 편지와 가족 사진을 받은 뒤 재회를 기다렸으나 지병인 당뇨병으로 운명하였다. 1975년 복음병원에서 정년퇴임한 후에도 집 한 채가 없어,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이 병원 옥상에 마련해준 20여 평 관사가 전부일 정도로 평생을 무소유로 일관하였다.

(출처 : 두산백과)

인터뷰에 응해주고 훌륭한 활동을 보여준 지예린, 최종윤 학생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앞으로도 멋진 꿈을 펼쳐가길 바라며, 희귀질환 환우들이 우리 사회에서 멋지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앞으로도 힘을 보태줄 것을 기대한다.

   
▲ 지예린 학생과 최종윤 학생의 풋풋한 모습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