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4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A씨. 정부가 보육료를 대주는 무상보육이라지만, 한 달에 20만원 가량은 어린이집에 지출하고 있다.

체육복 비용, 특별활동비, 현장학습비, 셔틀버스비에 들어가는 돈이다. 여기에 지난 3월 입학할 때에는 입학금도 따로 냈다.

하루 12시간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지만 실제로 저녁까지 아이를 맡기는 경우는 본적이 없다.

맞벌이인 그는 어린이집에서 하원 하는 오후 4시부터는 아이를 태권도 학원과 미술학원에 보내고 있다. 퇴근 후 집에 오는 8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부부 모두 출근이 이르고 퇴근은 늦는 까닭에 A씨는 별도 비용을 들여 등·하원 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다.

무상보육이 실시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부모들이 아이의 보육·교육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이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매년 적지 않은 비용이 무상보육에 투입되지만, 부모가 아이 보육에 만만치 않은 돈이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31일 보건복지부와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2015년 보육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정에서 0~5세 영유아 1인당 보육·교육서비스에 지출하는 비용은 12만2천1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는 정부가 부담하는 보육료를 제외한 비용, 즉 특별활동비, 입학비, 현장학습비, 셔틀버스비 같은 어린이집 부가 비용 외에 사설학습지, 태권도 학원, 피아노 학원, 미술 학원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포함됐다.

평균 비용이 이 같은 수준이라고는 하나, 0~2세의 경우 추가비용이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3~5세 유아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전체 평균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보육·교육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대도시 지역이거나 공립이 아닌 사립·민간 시설이라면 비용 수준이 더 올라간다. 육아정책연구소의 '무상교육·보육정책으로서의 누리과정 현황과 개선방안'(이윤진 등) 보고서를 보면 민간어린이집의 비용(특별활동비 제외)은 국공립어린이집보다 2.3배가량 높았다.

A씨처럼 12시간 보육이 부담스러워서 등·하원 도우미와 돌보미를 고용하고 있다면 이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전면 무상보육이 실시되기 전인 2012년보다 비용이 8만6천600원(41.5%) 줄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정부가 무상보육에 들이는 비용을 고려하면 부모 사이에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정부는 0세 80만원을 비롯해 0~2세 영아에 평균 50만원 가량의 기본보육료를 지원한다. 3~5세 유아에 대해서는 1인당 22만원(보육료 22만원+운영비 7만원)의 보육료를 대신 지불해준다.

정부가 적지 않은 돈을 어린이집·유치원에 대신 내주고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보육·교육비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보육료를 지원할 때 기준으로 삼고 있는 '하루 12시간 보육'을 제대로 이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그만큼의 수요가 없거나, 아니면 그렇게 장시간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분위기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맞벌이 여성 B씨는 "퇴근 시간까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려고 했지만 어린이집측에서 부담스러워하는 인상이 역력해서 결국 시어머니에게 하원 이후 돌봄을 부탁했다"며 "다른 가정에서도 어린이집에 아이를 퇴근 시간까지 맡겨놓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보육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12시간을 기준으로 어린이집에 보육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작년 어린이집 이용시간은 평균 7시간에 불과했다. 취업맘인 경우 7시간 38분으로 전업맘의 6시간 23분보다 이용시간이 길었지만 12시간에는 한참 부족했다.

정부는 7월부터 홑벌이 가구 등에 하루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6시간(긴급보육바우처 월 15시간 사용 가능)으로 제한하는 맞춤형 보육을 시행할 계획이지만, 12시간 보육을 기준으로 보육료가 지원되면서도 이용시간이 여기에 한참 못 미치는 맞벌이 부부의 상황에 대한 개선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부모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것은 보육·교육비뿐 아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KICCE 육아물가지수 연구'(최윤경 등)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영유아 대상 상품·서비스의 가격 상승률은 소비자물가의 6.6배나 됐다.

작년 9월 기준 육아물가지수는 91.8로 1년 전인 2014년 9월의 88.6보다 3.61%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인 0.55%(109.4→110.0)의 6.6배에 해당한다.

품목별로는 보육, 학습교재 같은 교육 관련 비용이나 장난감 가격의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가격 상승률은 유치원 납입금이 8.06%로 가장 높았다. 어린이집 이용료도 5.63%나 올라 영유아 보육·교육비의 상승 정도가 컸다. 장난감의 상승률은 6.40%로 두 번째로 높았으며 유아학습교재도 4.56%나 뛰었다.

이런 까닭에 '무상'이라는 용어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부모들의 실제 부담을 줄이고 제도를 내실화하는데 무신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가 보육료를 지원하고 시도지사가 정한 범위 내에서 현장학습비, 입학비 등 필요 경비를 보육기관이 별도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의 무상보육의 틀"이라며 "보육실태조사 결과가 무상보육 제도가 양육비 경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5/31 14:4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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